국내 증시가 개인에서 외국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외국인들이 코스피로 복귀할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서 2조12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초 이후 현재까지 총 27조81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흐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1조4000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2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960억원을 각각 사들였다. 올해 월별 순매수 규모로는 최대 수준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하고 있는 업종은 화학, 소프트웨어, 건강관리(헬스케어), IT가전, IT하드웨어, 기계, 운송, 증권, 디스플레이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수급이 증시 방향성을 결정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1350억원 순매수, 개인은 1조622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2.4% 상승했다. 절대적인 금액은 개인이 많았음에도 지수 향방은 외국인 수급을 따라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동안 개인에 밀려 관심 밖이었던 외국인 수급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공약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달러 약세·원화 강세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증권은 원·달러 환율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9일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까지 내려서는 등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거래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개장가부터 연저점을 경신하다 전일 대비 7.8원 하락한 1120.4원에 마감,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만약 이날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1120원 밑에서 거래를 마치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1110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하 연구원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돼도 경기부양책이 결국 통과될 것인데다가 미국 통화 증가율이 여전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달러 약세 환경이 지속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훨씬 적은 한국·중국의 원화·위안화 강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간 위안화 강세 시기에는 항상 신흥국·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대규모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증시가 외국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한동안 개인에 밀렸던 외국인 수급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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