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호황’ 해운업계, 출혈경쟁 재연 조짐…“체질 개선하면 승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17시 51분


뉴스1
해운 업계가 운임 상승으로 모처럼 호황을 맞았다.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선박 가동률을 높이면서 최근 10년간 해운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던 출혈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운영 효율이 높은 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기대감을 가져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운 운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4월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자 국경 봉쇄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을 우려한 해운사들이 선복량(해운 운송 가능량)을 20~30% 정도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막혔던 일부 지역의 수출 물동량(수요)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물건을 실어 나를 배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중국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연초보다 2배 넘게 뛰었다. 지난달 상하이컨테이너 종합 운임지수는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TEU(6m길이 컨테이너 1개) 당 1500달러(약 165만 원)를 돌파했다. 한국의 HMM(옛 현대상선)은 코로나에도 선복량을 줄이지 않고 대형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시키는 역발상으로, 연초보다 선복량을 80% 늘려 운임 상승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문제는 글로벌 해운사들도 다시 선복량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의 지난달 선복량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거나 이미 넘어 섰다. 최근 10년간 선박 공급 초과로 빚어진 운임 출혈 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생필품, 가전 등의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물동량이 늘고 있지만 계절적 특수 요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M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제대로 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올해부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비롯해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을 투입했다. 이들 선박은 신형이어서 연료 효율이 뛰어나다. 운영비 등이 적게 드는 반면 한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로 HMM의 기초 체력과 몸집이 더 좋아졌다”면서 “ 고정 비용 감소 및 영업 노선 다변화 등의 체질 개선 노력이 더해지면 계속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가 없어 수출을 못하는 기업을 위해 HMM이 최근 임시편을 투입하고 나선 것도 장기적인 미래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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