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의 넥슨, ‘디즈니의 두뇌’ 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3시 00분


김정주, 평소 아시아의 디즈니 꿈꿔

케빈 메이어 넥슨 사외이사
케빈 메이어 넥슨 사외이사
넥슨이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케빈 메이어(58)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넥슨을 게임 회사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 깔린 인사다. 글로벌 지식재산권(IP)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인터랙티브(양방향)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데 경영 자문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일 넥슨은 신임 사외이사에 메이어 전 틱톡 CEO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중 이사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오언 머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이사는 “넥슨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하는 데 많은 비전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어 내정자는 디즈니에서 픽사(2006년), 마블 엔터테인먼트(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뱀테크(2017년), 폭스(2019년) 등 굵직한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2018년에는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담당하는 DTCI 부문 대표로서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공적인 출시를 이끌었다. 로버트 앨런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메이어 내정자의 디지털 전략을 추켜세우며 그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비유할 정도였다.

메이어 내정자는 6월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 CEO를 맡았다가 미중 갈등으로 취임 두 달여 만에 사임했다. 그가 틱톡을 떠나자마자 넥슨이 물밑에서 영입에 공을 들였고 지난주 일본 넥슨법인의 이사회에서 영입이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어 내정자는 넥슨에서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월트디즈니에서의 경험을 살려 인수합병(M&A)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6월 넥슨은 15억 달러(약 1조68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OTT나 틱톡처럼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양방향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메이어 내정자가 여전히 디즈니와의 깊은 인연을 강조하는 만큼 넥슨과 디즈니 간 협력에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5년 출간한 책 ‘플레이’를 통해 “넥슨을 디즈니 수준까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고, 지난해에는 디즈니를 찾아 회사 매각 의향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어 내정자는 넥슨 합류가 사실상 확정된 3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학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2000년대 중반 더 적은 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펼쳤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최고 품질의 제품을 보유하면 어떠한 기술적 혼란이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주요 IP 위주로 ‘선택과 집중’에 치중하고 있는 넥슨의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신무경 yes@donga.com·이건혁 기자
#넥슨#디즈니#케빈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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