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방문하면 주 출입구 한쪽에는 휠체어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온통 검은색의 휠체어를 볼 때마다 ‘의자 등판에 저런 문구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핑크, 오렌지, 하늘색이면 훨씬 기분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휠체어는 늘 경직되고 안타까운 도구라는 생각에 우리가 갇힌 것은 아닌가. 길들여진 형식은 때로는 우리의 생각과 상상마저 빼앗곤 한다. 내가 예술감독을 맡은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에서 대한재활의학회의 후원을 받고 2개의 휠체어에 아트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비록 2개의 휠체어였지만, 세상을 향한 작은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중 한 개는 장승효, 김용민, 김영궁 세 명의 예술가가 협업한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날개를 달고, 디지털 작업으로 만든 이미지를 휠체어에 입혀 한없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작품으로 바꿔 놨다.
다른 한 점은 발달장애 예술가인 김기혁 아티스트가 시스플래닛과 협업한 작품으로, 바로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현실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특징이 밝고 거침없는 붓질인데, 세상과의 소통 장벽을 뚫고 쏟아내듯 분출하는 예술세계가 휠체어 위에서 희망의 에너지로 발산하고 있다. 기능만으로 몫을 다한다고 위용을 뽐내던 검은 휠체어를 밝고 희망차게 바꾸자고 발언한 것이다.
몸은 마음이 지배하지 않던가. 말 한마디로 날개가 달리고, 없던 기운도 치솟고, 멀쩡하던 컨디션이 순간 녹다운이 되기도 하지 않던가. 한순간의 실수로도 삐끗하고 휠체어에 의존할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몸 다친 것도 힘들지만 우울해지는 마음까지 더없이 위로가 필요한 타임이다. 휠체어의 밝은 색과 위로의 글귀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의료 관련 용품은 인간적인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 환자복도 패션이 있으면 안 될까? 멀쩡한 사람도 건강검진을 하려고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두려움이 시작된다. 의사 가운도 좀 더 친절하고 호감을 주면서도 위생적일 수 있지 않을까.
부유한 대형병원의 홀과 복도에 과시용으로 명화를 전시하기보다는, 병실 내부나 환자가 내내 쳐다보게 되는 천장에 환자들을 위한 벽화는 어떨까. 인간은 누구나 병들고 늙는다. 100세 장수시대에 건강 보조기구들은 일상의 패션 소품으로 변신해야 한다. 노년의 상징인 지팡이를 중년의 패션 도구로 바꾸고, 팔목이나 무릎, 허리를 보호하는 압박붕대에 패션을 담고, 펜잘 활명수 같은 의약품 브랜드에 아트콜라보를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플수록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아프기 전에 더욱 예방과 보호에 부지런해져야 한다. 이런 해답을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술은 더 이상 액자에 갇히고, 조각품처럼 굳어져 전시장에 관람용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 활용하고 해결안을 퍼가야 한다. 콜라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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