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도권과 지방 5개 광역시, 세종 아파트 단지 10곳 중 6곳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전인 6월보다 전세 실거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실거래 통계상으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전세보증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일부 반전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낮춘 경우가 일부 포함돼 있음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했다.
12일 부동산 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조사 대상 지역에서 올해 6월과 10월 전세 실거래 신고가 이뤄진 4820개 단지 중 평균 전세 실거래 가격이 상승한 곳은 3017곳으로 전체의 62.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올해 6월과 전세난이 본격화한 지난달 전세 실거래 신고가 모두 이뤄진 단지를 전수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격 추이는 월별로 실거래 신고 가격의 평균값을 구한 후 비교 계산했다.
지역별로 전셋값 상승 단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으로 73개 단지 중 55개 단지(75.3%)의 평균 전셋값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세종이 66.7%로 높았고 △부산(64.9%) △인천(64.0%) △경기(63.9%)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1517개 단지 중 914곳(60.3%)에서 전셋값이 올랐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전셋값 변동률이 없는 곳은 166개 단지(3.4%)였고 전셋값이 오히려 떨어진 곳은 1637개(34%)로 집계됐다. 이는 전세 실거래 자료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거나 일부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전환한 거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는 서울에서 6월 대비 10월 평균 전셋값이 오른 단지의 비율이 60.3%에 그치는 이유다.
실제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S단지 전용면적 84m²는 6월 거래된 4개 전세 실거래 가격의 평균이 7억5500만 원이었다. 그러나 10월에는 층이 다른 9곳의 전세 계약이 모두 3억2766만 원에 이뤄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집주인이 보증금을 일괄적으로 낮추고 월 임대료를 받고 있음에도 월세 소득 노출을 피하기 위해 전세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세 거래량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6월 총 1만7521건이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만459건으로 40% 이상 줄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정부가 내놓을 만한 카드가 월세 세액 공제 외에는 마땅치 않다”며 “공공임대 물량을 확대해도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를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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