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산업재해 처벌 가혹” 이낙연 “中企 우려 잘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03시 00분


김기문 회장, 이낙연 대표에 호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과잉입법… 자꾸 옥죄니 등록증 반납 말까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엔 “소송 남발로 경영활동 위축 우려”
초과 유보소득 과세 철회도 요구

“40년 업력의 원로 기업인으로부터 ‘중소기업을 자꾸 옥죄는 법이 나와 사업을 못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기업인 사이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12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만난 자리. 김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규제 입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 중기중앙회 요청으로 마련된 이날 면담에는 김 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장 6명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 체력이 소진됐는데 ‘공정경제’와 산업재해 방지 등을 이유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면서 중소기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사망 등 중대한 산업 재해 시 사업주와 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법인과 대표를 함께 처벌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며 “중소기업에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노동계가 입법을 요구해 온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이달 11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안 발의를 예고했고 국민의힘까지 가세하며 연내 입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지금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데 또 법을 만드는 건 과잉 입법”이라며 “반(反)기업 정서만 악화시키고 기업의 노동 리스크를 높이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안은 사망 사고를 낸 사업자는 3년 이상 징역, 5000만 원∼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자는 내용으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현행 유지 또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건의했다. 전속고발권은 기업의 담합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게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져 공정위가 나서지 않아도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생기지만, 반대로 고발 남발로 소송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오너 일가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의 사내 유보금 가운데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세를 부과하는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해서 중소기업계는 “철회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내유보금은 미래 투자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금’ 성격이 큰데 여기에 과세하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달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90.2%가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반대’라고 답했다.

노동·환경 규제도 중소기업들엔 큰 부담이다. 올해 1월 50∼299인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주 52시간제는 내년 1월 계도기간이 종료되는데, 이후 위반하다 적발되면 처벌된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시설 기준을 강화한 ‘화학물질관리법’ 유예기간도 연말 종료된다. 중소기업계는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와 한 정책위의장 모두 “법안을 논의하면서 중소기업계 우려를 잘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책위의장은 “(초과 유보소득 과세는) ‘무늬’만 법인을 타깃으로 한 만큼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에는 피해가 없도록 하고, 화관법도 곧바로 처벌하지 않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법을 제정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1일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설문한 결과 58.2%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찬성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산업재해 처벌#이낙연#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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