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체제 안정 찾았나…삼촌 구본준과 ‘각자도생’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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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6일 11시 41분


LG상사 본사가 입주한 LG광화문 사옥.(LG상사 제공)© 뉴스1
LG상사 본사가 입주한 LG광화문 사옥.(LG상사 제공)© 뉴스1
구광모 LG그룹 회장(42)과 ‘삼촌’ 구본준 고문(69)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들어선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지주사인 ㈜LG 등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자회사인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을 이끌고 LG그룹 계열에서 독립하는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열 분리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 가장 영향이 적으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같은 LG그룹 현안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계열 분리의 중심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LG상사는 LG그룹의 전통적인 주력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과는 업종 측면에서 거리가 있는 데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판토스의 경우 1977년 설립된 이래 최근까지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주력 회사의 해외 물류를 도맡아 왔다. 내부 거래 비율이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표적이 돼 왔다. 재계는 2018년 12월 구광모 회장(7.50%)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판토스 지분 19.9% 전량을 매각한 것도, 계열 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2019년 3월에는 LG상사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소유 지분을 지주사인 ㈜LG에 매각하고 광화문 사옥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 이 역시 LG그룹의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LG하우시스의 경우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의 건축자재와 자동차부품/원단, 인테리어 및 가전용 표면제 등의 산업용 필름 등을 생산, 현재 LG그룹 주력인 전자와 화학과는 또 다른 사업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계열 분리를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으로는 구본준 고문이 LG그룹 지주사인 ㈜LG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활용해 LG상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구 고문은 ㈜LG의 지분 7.72%를 보유, 구광모 회장(지분율 15.95%)에 이은 2대 주주이다. 구 고문의 ㈜LG 지분가치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되고, LG상사의 시가 총액이 77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자금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본준 고문이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에서 분리해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본준 고문은 LG그룹 2대 회장인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3남으로 1985~1987년 금성반도체 부장, 1996년 LG화학 전무, 1997년 LG반도체 전무, 2004~2006년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사장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7~2010년에는 LG상사 대표이사도 지냈다.

이번 계열 분리와 맞물린 LG그룹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LG그룹은 11월 마지막 주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도 예년과 같은 시기에 인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이 이달 마지막 주 목요일인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분리안을 확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LG그룹 부회장 등 부회장단이 대부분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계열분리로 임원 인사 폭이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CEO 및 사업본부장급인 최고위급 경영진 11명을 교체했으며, 지난해에도 최고위급 5명을 교체하며 두 해 연속 ‘쇄신’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이 풍부한 경험으로 올해 42세로 젊은 구광모 회장을 그간 도왔을 것”이라며 “이번 계열 분리는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구광모 회장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LG그룹 오너일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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