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남아있다고 해도 사실상 회사가 없어지는 것 아니겠나. 수십년간 양대 항공사로 라이벌 구도였는데 현 상황이 수치스럽다.” (아시아나항공 20년차 직원)
정부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각 항공사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양사가 합쳐질 경우 매머드급 대형항공사(FSC) 탄생에 대한 기대보다는 인력 구조조정 등 현실적으로 맞닥뜨릴 위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으로 내년 초 2조5000억원 유상증자로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양사 직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항공사 모두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 당장 인수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한 직원은 “운항, 캐빈, 정비 등은 항공기에 따라 배정되는 거라 인력 조정을 해도 추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공항에서 같이 일하던 지상직의 경우 불안감이 크다”며 “‘통합되면 다 필요가 있겠나’하며 구조조정의 첫 주자가 될 것이란 얘기들이 들린다”고 말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8개월 가까이 임원 월급 반납과 함께 전 직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른 피로도와 함께 인수 소식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지상직 직원은 “현대HDC 인수 당시에는 같은 항공사업자가 아니라 직원들이 그대로 보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차장급 이상 고연차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교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가 현실화되면 항공사 조직이 유사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한항공의 임직원을 파견하거나 유관부서로 이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은 과거 기아자동차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직후 실무 부서로 현대차 간부들이 이동한 전례를 들며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회사 입장에선 좋겠지만 우리 같은 직원들은 나름 청춘을 바친 회사인데 나가라고 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한 운항승무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정리 안 된 상태에서 들어오면 큰 빨대나 다름없다”며 “우리가 아무리 이익을 내더라도 계열사에도 이익이 가야 하기 때문에 자칫 같이 죽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력 조정에 대한 우려 역시 상존한다. 또 다른 운항승무원은 “언론에서는 메가 캐리어 항공사의 탄생을 기대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노후 기재가 많고, 노선 역시 겹치는 게 많아 현실적으로 이득이 되는 건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인력 규모를 줄여 들여온다 하더라도 우리 역시 인력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6개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양사 노조는 이날 회의를 통해 ‘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하고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사측 및 정부와 공유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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