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항공산업 생존 위한 본게임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6일 17시 18분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 했다. 사진은 16일 오전 한진칼 이사회가 열린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의 모습. 2020.11.16/뉴스1 © News1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 했다. 사진은 16일 오전 한진칼 이사회가 열린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의 모습. 2020.11.16/뉴스1 © News1
정부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 이로써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32년간 이어진 양대 국적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린다. 이번 통합은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기 위한 처방이지만 인수자인 대한항공 상황도 녹록치 않아 국내 항공산업이 생존을 위한 본게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에 8000억 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 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 원 투입 및 채권 3000억 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차, SK 등 6개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체제가 계속 유지되면 내년 말까지 항공업계에 4조8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코로나19로 줄어든 여객·화물 수요를 놓고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이다 동반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8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10대 항공사(여객기 보유대수 기준)로 재편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코로나 종식 이후 대한항공 중심으로 항공 산업을 재편할 계획”이라며 “한진칼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 이후 구조조정도 실행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두 회사의 생존 레이스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둘 다 살거나 아니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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