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중심 경기회복에 물동량 늘어
해운운임 상승으로 실적 기대 쑥
일각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독점적 지위에 따른 반사이익
글로벌 경쟁력과 거리 멀어” 지적
2016년 해운 구조조정으로 국내 유일의 대형 해운사로 살아남은 HMM(옛 현대상선)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57% 급등했다. 해운 운임이 상승한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박 품귀’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HMM의 이익이 구조조정에 따른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원활한 해운 지원이 필요한 국내 제조업에도 좋지 않다.
○ 한 달 동안 100% 오른 HMM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HMM은 전 거래일보다 300원(2.08%) 내린 1만4100원에 마감했다. 이로써 10거래일 연속 상승에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10월 말과 비교하면 57%(5130원)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100%에 육박한다.
HMM 주가가 급등한 데는 해운 운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 해운사들은 선복량(적재 능력 총량)을 20∼30% 정도 줄였는데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 물동량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배가 부족해져 HMM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일 1857.33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처럼 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은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HMM은 13일 실적 공시를 통해 3분기(7∼9월)에 영업이익 2771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올 2분기에 20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1조72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당초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HMM의 목표 주가를 현재보다 3000원 정도 높게 잡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어닝쇼크가 아쉽지만 물동량 회복, 운임 등 기존 투자의 핵심 포인트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목표 주가를 1만75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가 2% 가까이 상승하는데도 HMM 주가가 하락한 데는 급격한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 해운 구조조정의 어두운 이면
하지만 HMM의 선전은 구조조정에 따른 독점의 영향이 크고 한국 해운업 자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인 2016년 6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12.2%였다. 하지만 올 6월 HMM의 점유율은 7%에 그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해운 서비스 수출 부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요 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초대형 선박 발주를 통해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했지만 HMM은 내부 구조조정으로 (이런 추세에서) 소외됐고 선복량도 세계 8위로 1위 업체의 16%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한 국내 대기업 임원은 “요즘은 수출업체들이 배를 구하기 쉽지 않다. 한진해운을 청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수출이 더 원활했을 것”이라고 했다. HMM이 선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수출 기업을 위해 임시 선박 2척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물동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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