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지키기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기업의 자산 가치를 보존하거나 다음 세대에게 승계해주려면 투자 대상뿐 아니라 법률, 세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금융권의 자산관리 트렌드는 단순 금융상품 투자 관리에서 가문의 자산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UBS, 골드만삭스 등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오래전부터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사내 기업금융(IB) 부서와 연계한 공동 투자 기회 제공, 자산 승계 계획 수립 등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런 추세에 맞춰 올해 9월 국내외 투자 등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전략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해외의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받는 글로벌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배분은 국내 초고액 자산가들과 차이가 있다. UBS가 올해 발간한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리포트’에 따르면 초고액 자산가들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 59%를 배분하고 있다. 사모주식·부동산·헤지펀드 등 대안투자에 41%를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자산에선 주식 비중이 29%,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현금은 13%, 선진국 채권은 11%였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된 포트폴리오 형태를 띠면서 다소 공격적인 투자 모습을 보이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초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는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 발간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총금융자산 중 23%만 주식, 펀드 등 투자성 상품에 배분돼 있다. 나머지 77%는 현금성 자산 및 예·적금, 보험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보수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셈이다. 특히 총보유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높다. 부동산 규제 강화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이 끝났고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시장은 내년에도 불확실성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풍부해진 유동성은 성장이 있는 글로벌 투자 자산을 찾아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대안투자에 대한 니즈가 커지며 물류 센터, 데이터 센터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 부동산펀드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뿐 아니라 투자까지 보수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는 건 투자자들이 장기적 미래에 대한 위험 회피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다면 위기는 오히려 안정적인 자산 설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패밀리 오피스의 역할은 투자 조언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컨설팅해주는 역할로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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