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벤처기업, 특정 고객 의존도 높을수록 생존에 ‘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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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 연구팀 ‘英 180개 기업 분석’

B2B(Business-to-Business)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B2B 모델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이뤄지지만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벤처기업들은 확보하고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고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명성이 낮아 B2B 모델을 활용함에 있어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 입장에선 필연적으로 몇몇 특정 고객사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런 모습이 벤처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기존의 경영학 이론에 따르면, 특정한 비즈니스 파트너에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한 파트너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경우 언제든지 그 파트너가 고압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대칭적 상호의존성 확보, 고객 다각화,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이런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가 제언한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경우 제한된 자원 및 한정된 고객 포트폴리오 때문에 위에 제시된 방안들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의 헬레나 윌리렝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98년부터 6년 동안 영국에서 B2B 모델로 사업을 한 벤처기업 180여 개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 이들은 모두 창업한 지 1년에서 10년 사이의 회사들로, 제약, 의료, 통신장비,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 속해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각 기업이 보유한 고객사별 매출 비중으로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성을 파악했다. 또 그 기업이 6년 동안 계속 생존했는지 아니면 타 기업에 흡수당하거나 운영을 멈췄는지를 확인했다. 추가적으로 고객사 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성이 벤처기업의 생존과 부정적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성이 큰 회사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확연히 떨어짐을 입증한 것이다. 이 관계는 특히 창업 후 오래되지 않았을 경우 강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벤처기업가들은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고객 의존도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 회사 매출이 특정 고객사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지는 않은지, 혹은 특정 고객사가 강압적인 요구를 해서 상호 발전적 관계가 손상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둘째, 이 연구는 벤처기업이 창업 후 가능한 한 빨리 고객의 다변화를 이루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창업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생존의 단계를 넘어선 벤처기업이라면 기존 고객과 쌓아온 관계와 명성을 통해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균 미국 제임스매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lee3ck@jmu.edu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벤처기업#특정 고객 의존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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