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통합 관련 합의서 공개… 8000억 제공하며 ‘7대 의무’ 명시
한진일가 전횡땐 경영진 교체… 여야 일각 “세금으로 총수일가 지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과 맺은 7대 의무 장치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진 일가의 전횡이 발견되면 경영진을 교체하고 합의 내용을 위반하면 5000억 원의 위약금을 물리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까지 공개했다.
17일 산은에 따르면 한진칼과 신주인수계약(5000억 원) 및 교환사채 인수계약(3000억 원)을 통해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합의서에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사외이사 3인 지명권 및 감사위원 선임권 산은에 위임 △주요 경영사항 결정 전 산은과 사전 협의 및 동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경영평가위원회 설치 후 조원태 회장 등에 대한 매년 평가 실시 △통합 계획 수립 및 이행 책임 △대한항공 주식 등에 대한 담보 제공과 처분 제한 △투자합의서 주요 조항 위반 시 5000억 원 위약금 및 손해배상책임 부담 등이 포함됐다.
이 합의에 따라 산은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일가가 윤리경영을 위반하거나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누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은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계약에서 특혜 논란이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었고 그것이 7대 의무조항”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특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 46.7%를 보유한 KCGI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강성부펀드)은 이날 “산은이 투입하는 8000억 원은 한진그룹 보유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고 기존 주주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국민 혈세를 활용해 조원태의 경영권 방어를 도와주는 것이 숨은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이용우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라며 “제3자 배정을 통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 중인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8000억 원이라는 국민 혈세가 국가전략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에 책임 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되고 더 나아가 향후 항공산업의 독점에 이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보수야권에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경제민주화 강연 질의응답 시간에서 “정부가 저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며 “어느 특정 오너를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규모가 크고 종사인원이 많다 보니 (정부가) 개입하지만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손해가 나면 정부가 자동으로 손해를 해결해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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