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오후 1시38분쯤 국내 거래가 200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18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4.59% 오른 1963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0만원을 돌파했다 다소 주춤하는 상태지만 이날 오전 1900만원 선을 돌파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1일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832만7000원(종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Δ전통산업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Δ조 바이든의 미국 대선 승리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Δ탈중앙화금융(디파이) 열풍 등을 이번 상승장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너트릴 수 없다면 한 편이 돼라”…기관 투자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세는 지난 2017년 광풍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7년 비트코인은 일반 투자자의 맹목적인 투자였다면 이번 상승장은 기관 투자자의 진입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ΔVIP 고객과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의 증가 Δ디지털금융 발전 가능성을 이유로 암호화폐 시장에 빠르게 몸을 던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번 상승장이 과거와 달리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피델리티와 JP모건이 잇따라 암호화폐 서비스를 출시하며 글로벌 금융사들의 행보가 빨라졌다”며 “JP모건은 글로벌 거래사이트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미국 암호화폐 신탁펀드인 그레이스케일은 연일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10월14일부터 11월11일까지 약 1개월간 그레이스케일에서만 비트코인 신탁으로 한화 약 9000억원(비트코인 시세 1800만원 기준)의 순 유입이 발생했다.
씨티은행도 리포트를 발간하며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이라고 표현했다. 씨티는 비트코인이 1970년대의 금과 비슷한 움직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시세가 31만8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가 달러의 금태환 중단을 선언하자 50여년 간 온스당 20달러~35달러였던 금값은 단숨에 80달러로 뛰어올랐다.
세계적인 투자자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드러켄밀러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튤립버블이라고 치부되던 비트코인이 화려하게 복귀했다”고 평가하며 “비트코인은 2018년을 제외하곤 지난 4년간 주요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권의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이번 상승장은) 2017년의 광풍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들을 이길 수 없다면 그들과 한편이 되는 것이 낫다’(If you can‘t beat them join them)라는 속담처럼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본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이 유입되며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비트코인 상승장에 영향 미쳤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신(新)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달러화 약세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에서 주식 양도세 인상 소식에 대한 우려도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부과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공시 포털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 측은 “바이든 정부 아래 친(親) 암호화폐 인사가 금융 정책을 주관하게 될 경우, 지금까지 일부 하원의원의 발언으로만 기대를 뒷받침했던 비트코인 ETF에 대해 재주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는 “바이든의 경우 트럼프보다 친기업 성향이 약하고 법인 및 대주주에 대한 증세를 할 것이기에 주식시장의 퍼포먼스가 떨어질 수 있다”며 “넘쳐나는 돈의 저축 수요가 주식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분산될 수 있으며, 그 대안 중 하나로서 비트코인이 상대적 각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으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는 늦어도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중에는 비트코인ETF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ETF가 출시되면 비트코인이 주류가 되는 강력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디파이 열풍도 비트코인 상승장에 가세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촉발된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 속에 화폐가치의 하락, 그리고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암호화폐는 달러화 같은 명목화폐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암호화폐 결제 및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애널리스트인 사이먼 피터스는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경기부양책으로 전 세계 통화가 평가절하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자급 공급에 나설 때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를 비트코인 매수 신호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국 간편결제 서비스사 스퀘어와 페이팔이 암호화폐 구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상승장의 촉매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암호화폐 시장에 불고 있는 ’디파이‘ 붐도 암호화폐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SK증권이 지난 9월18일 발간한 디파이 보고서에 따르면 89억1000달러 였던 고객자산 예치금(TVL)은 두달만에 52.6% 늘어난 136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한 연구원은 “여러 투자기회로 인해 개인지갑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지갑에 잠 자고 있던 비트코인은 최근 온체인(on chain)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디파이가 비트코인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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