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하는 전세대책에 도심 호텔을 개조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무주택 서민은 모텔에 살라는 거냐” 등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당은 “여러 대책 중 하나”라며 수습에 나섰다.
18일 당정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9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당정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전세대책의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다. 매매와 달리 전세는 실거주 수요라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공공임대주택이 정부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꼽힌다.
공급 목표치는 10만 채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설 임대는 입주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다 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빈 주택을 사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물론이고 도심의 빈 상가나 오피스텔, 호텔 등 상업용 건물까지 매입해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세부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론의 관심은 ‘호텔 전세방’에 모아졌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석해 “(호텔 개조가) 전세대책의 전부가 아니다”라면서도 “(호텔 개조는) 현재 하고 있는 정책인데, 영업되지 않는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청년주택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이어 “LH에 구입 의사를 타진한 호텔에 꽤 있고, 대부분 입지가 좋다”며 “머지않아 근사하다고 그럴까, 잘 돼 있는 사례를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사례는 서울 종로구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기존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했다. 호텔을 주택으로 개조한 첫 사례로 공공임대 31채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207채를 공급했다. 하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호텔식 서비스를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옵션비가 추가되며 당첨 포기가 속출했다. 이후 호텔식 서비스 제공 계획을 철회한 뒤에야 추가 입주자를 채울 수 있었다.
야당은 “황당무계한 대책”이라며 ‘호텔 전세방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맘 편히 아이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이지 환기도 안 되는 단칸 호텔방이 아니다”라며 “서민들에게 닭장집에 살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전·월세 대란으로 어떤 고통을 겪고,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무너져 고통 겪는 것을 저렇게 모르나”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여당과 정부 인사들이 먼저 호텔방으로 이사하라” “차라리 캠핑카를 지원해 달라” “호텔을 개조한들 환기 난방 조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등의 글이 잇따랐다.
당정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획단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본다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전·월세난은 방 2, 3개짜리 주택이 없어서 빚어졌는데 호텔을 개조해도 1인 가구용 원룸”이라며 “정부가 급조한 궁여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난이 심각한 영국 등에서 상업용 건물의 용도 전환을 통해 주택으로 공급한 사례가 있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 위주의 단기 대책만 내놓다 보니 시장이 엉켰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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