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대주주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정부, 산업은행과의 ‘10년 공장유지’ 약속이 끝나는 2028년 이후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노조 파업을 언급하며 “단기적으로 한국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 미래는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키퍼 부사장은 “GM은 연간 약 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국을 포함, 아시아에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2018년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을 출자받으며 향후 10년간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키퍼 부사장은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으로 1만7000대 생산차질이 빚어졌으며, 이는 주말까지 2만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올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이 6만대에 달해 이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한국지엠은 올해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물량이 인질로 잡혀있고, 이는 매우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나 신차 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은)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몇 주 안에 이 (파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장기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지엠이 2023년 출시할 예정인 쉐보레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이 모델을 성공시키고 싶지만 현재로선 한국에 계속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지엠 사측 역시 지난 6일 부평공장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달 29일 21차 교섭에서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800만원을 나흘간 지급하는 방안을 최종 제시한 상태다.
노사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협신회는 19일 “더 이상의 생산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생산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부도 발생 등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처하고 한국지엠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도 일부 협력업체는 전기요금은 물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에다 2·3차 협력업체는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지엠 노사를 향해 “모든 지혜를 모아 지체하지 말고 임단협을 타결해 달라”며 “여러분 뒤에는 30만의 협력업체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이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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