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잉입법이다. 예방적 대책보다는 사후 처벌 위주로 접근해 정책 효과도 낮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와 대한건설협회, 대한석유협회 등 업종별 협회 총 30곳은 1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30곳의 경제단체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제정되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대부분 사망재해가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의 안전규정 준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이 제정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계류돼 있다. 강 의원 법안에 따르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1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박 의원 안은 사망 시 사업주에게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 두 안 모두 기업이 안전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가중처벌 조항도 있다.
이날 30개 경제관련 단체들이 대대적인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민주당의 기류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민주당은 최근까지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노동계 등에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올해 초 시행된 개정 산안법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고 본다. 현행 산안법은 사망 사고 발생시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일본은 사망 등 재해 발생시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 550만 엔(약 550만 원),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벌금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하의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중대재해기업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보다도 훨씬 강한 제재라는 게 재계 주장이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사업주 처벌조항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다. 법인에는 상한 없는 벌금형이 가능하지만 법 제정 이후 10년간 26개 기업에 부과된 벌금액 평균은 약 4억9000만 원 수준이다.
이들 단체는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추가 입법은 지양하고, 선진국처럼 사전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