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며 올해 3분기(7∼9월) 가계 근로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소득 감소를 떠받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풀고 있지만 고소득층의 이전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선별적 지원 정책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347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만8000원)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3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최대 감소 폭이다. 3분기 근로소득이 전년 대비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5%) 이후 처음이다.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어 모든 소득 계층 중 가장 감소 폭이 컸다. 근로소득은 취업 등을 통해 번 돈이다. 올해 3분기 임시 일용직 일자리가 1년 전과 비교해 39만2000개가 사라지는 등 저소득층이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0.6% 줄었다. 사업소득 감소 폭도 소득 하위 20% 계층에서 제일 크게 나타났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줄었지만 가구당 전체 소득은 월평균 530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소상공인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구에 지급한 공적이전소득이 역대 최대 규모(29.5%)로 늘며 근로소득 등 시장소득 감소 폭을 만회했다.
정부가 주는 돈인 공적이전소득 증가 폭은 소득 상위 계층에서 두드러졌다. 공적이전소득 수혜 대상과 거리가 멀었던 고소득자들이 아동 돌봄 비용 등 보편적 성격의 지원금을 새로 받게 돼서다. 소득 하위 20%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이 15.8%였던 반면에 상위 20%의 증가율은 40.3%였다. 다만 절대액 기준으로는 하위 20%가 58만5000원, 상위 20%는 35만2000원으로 소득 하위 계층의 이전소득이 더 많다.
통계청 관계자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구 비중이 하위 20%보다 상위 20%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가구는 1인 가구나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가구원 수가 적어 가구원 수에 따라 지급되는 보편적 지원금의 혜택을 덜 받는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4.66배)보다 커졌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분배 상황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하고 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을 합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8.24배로 격차가 더욱 커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임시 일용직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시장소득 감소가 커 정부 지원을 통한 소득 분배 여건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어 4분기 여건도 녹록지 않아 시장 소득 회복을 지원하는 적극적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