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 주주연합 측이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주주연합 측이나 조 회장 측이 아닌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CGI 주주연합 측은 전날(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서류를 한진칼 이사회에 보냈다. KCGI는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 주주연합 주체들에게 임시 주주총회 소집에 대한 의견을 구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KCGI 주주연합 측은 임시 주주총회가 소집되면 주주연합(46.71%)과 조 회장 측(42.39%)에 속하지 않는 주주들로부터 대한한공의 아시나아항공 인수에 대한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최근 조 회장 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KCGI 주주연합 측이 여론전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이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도 이번 인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이사회가 거부할 경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거부하더라도 향후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5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승인해줘야 한다.
또한 KCGI 주주연합 측은 임시 주주총회가 소집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제2의 한진해운 사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처럼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배임 이슈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모든 주주에게 평등해야 할 김석동 이사회 의장이 조 회장 측을 편드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 주주연합 측은 장기적으로는 이사 수 확대 등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주주연합 측 이사를 참여시켜 이사회 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궁극적인 목표는 조 회장을 퇴진시키고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는 것이다. 주주연합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에게 패한 바 있다.
한편 KCGI 주주연합 측이 지난 18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를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번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KCGI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산업은행의 방만한 공적 자금집행이 결합된 심각한 사태”라면서 “이 거래에 따른 모든 자금부담은 산업은행이 집행하는 국민의 세금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한항공의 일반주주들의 주머니에서 충당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전날(19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이나 인용 여부도 검토했다”며 기각 판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진칼은 지난 16일 공시에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근거로 발행주식총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긴급한 자금을 조달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등의 사유를 명시한 정관 제8조 제2항을 들었다. 신주 배정기관으로 산은을 선정한 이유로는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 전문 금융기관’인 점을 꼽았다. 항공산업 재편 긴급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적법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때 빅2 경쟁이 유리하다고 했지만 환경이 변화했다”며 “이 대로 가면 공멸이기 때문에 양사가 합쳐서 국제경쟁력 높이는 것만이 항공운송업 살아날 기회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산은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다음달 2일,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대금 납입일은 같은달 3일인 만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법원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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