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발언에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 “민심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국회 국토위원장인 진 의원은 민주당이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이달 초 출범한 당 내 미래주거추진단의 단장도 맡고 있다. 특히 진 의원이 전세가가 8억~9억 원에 이르는 서울 역세권 신축 아파트에 임차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회공보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판의 수위는 더욱 거세졌다.
진 의원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임대주택에 대해 너무 왜곡된 편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더 하게 됐다”며 “아파트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더 다양한 주거의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의 형태가 아니라 임대의 형태에서도 (주거의 질이) 다양하게 마련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부동산 민심을 들끓게 만든 전월세 대란의 배경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 제일 문제이지 않을까”라며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이곳이) 전혀 차이가 없다. 방도 3개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 의원은 서울 강동구 래미안 솔베뉴 전용면적 84㎡에 보증금 1억5000만 원을 주고 월세로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 바로 앞에 서울 지하철 5호선 명일역이 위치해 있고 고명초등학교와도 맞닿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인기가 높다. 해당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84㎡는 입주 당시 전세가 4억 원이었는데 임대차3법 시행 이후 8억~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며 “지금 전세는 씨가 말랐고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인 매물이 딱 하나 있다”고 했다.
야당은 진 의원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배고픈 군중에게 ‘빵이 없으면 쿠키를 먹으면 된다’는 프랑스 마리 앙트와네트의 어처구니없는 망언과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근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민심’과 동떨어진 ‘실언’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이낙연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호텔방 전·월세 전환 방안’을 언급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업이 되지 않는 호텔들을 리모델링해서 청년 주택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했고, 20일 오전에는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의 “임대차3법은 성장통” 발언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에 또 한 번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을 주관하는 정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기껏 내놓은 전세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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