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 농민에겐 득보다 실이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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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85년부터 경매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매제는 협상력이 약한 농업인이 상인과 직접 거래 시 피해를 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는 높은 가격 변동성 등의 경매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높은 수취가격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락시장에 농업인과 상인 간 직접 거래(시장도매인제)를 다시 도입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경쟁을 통해 농업인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민간업자인 시장도매인은 안정적인 납품과 이익을 보장받는 고품질 농산물을 중심으로 매입한다. 시장도매인은 투명한 경매 정보를 활용해서 쉽게 고품질 농산물 납품 농업인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최상위 품질 외의 남은 농산물들로 경매가 이뤄지니 평균 경매 가격은 떨어진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9년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의 경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병행 운영되는 강서시장의 경락가격이 kg당 1399원으로(평균 1626원) 가장 낮았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거래 기준가격이 가락시장 경매가격이기에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과 거래하는 농민의 피해는 크지 않다.

만약 가락시장에까지 경매제와 민간업자 시장도매인이 병행돼 경매 위축, 기준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가락시장과 거래하는 농업인뿐 아니라 한국 전체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작년 9월 4만여 명의 농업인들이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 반대 탄원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고 국회도 여야 논의 과정에서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 제도 도입 법안을 부결했다.

경매제도로 운영되는 가락시장도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경매는 공급량 과부족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가 수의매매, 온라인경매 도입 등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경매 등 다수 거래를 주관하는 도매법인들의 행동은 실망스럽다. 상당수가 대기업에 인수당했고 공공성보다 사익만 추구하는 것같이 보인다. 대책이 필요하다. 다만 민간업자 시장도매인 도입으로 상인들 힘을 키워주는 것은 답이 아니다. 도매가격이 떨어진다고 소비자 가격까지 싸진 적은 별로 없다. 소비지에서는 소비지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간업자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결국 소비자의 이익은 없고 농민은 손해 보고 상인의 이익은 늘어나는 결과만 나올 뿐이다. 도매시장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해답은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달 정부는 도매시장의 문제점을 심층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제도의 원래 목적인 농업인과 유통인, 소비자가 상생하는 구조로 바꾸는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yangsj@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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