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당장 이번 주부터 1억 원이 넘거나 연소득의 200%가 넘는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다. 신용대출 총액이 금융감독당국에 낸 연간 대출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신용대출을 1억 원 넘게 받은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30일부터 시행하는 개인별 DSR 규제보다 강도가 세다. DSR는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대출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이 13일 발표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수준인 연소득 8000만 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DSR 40%가 적용된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소득과 관계없이 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금액까지 합쳐 1억 원이 넘으면 DSR 40% 내에서만 돈을 빌려준다. 또 23일부터 연소득의 200% 안에서만 신용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새로운 대출 강화 규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우리은행도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30일 이전에 실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관련 전산 시스템 개발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기 시행할 것”이라며 “전산 개발과 함께 바로 시행하라는 공문도 이미 내부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 18일부터 이미 우량 신용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깎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관리에 나선 건 강화된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늦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대출 수요자가 많아지면서 연간 대출 목표치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마다 은행들이 연간 신용대출 계획서를 제출하는데 9월에 일부 은행은 당초 목표보다 대출이 너무 많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에서 하루에 개설되는 신규 마이너스통장은 12일 1931개에서 18일 4082개로 배 넘게 늘었다. 규제 시행 전에 이미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가 대출을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두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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