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신재생에너지 바람 타고 환경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기업 매출보다 지속가능성 초점
‘탈석탄시대’ 달라지는 돈의 흐름… 3분기 ESG펀드 순자산 역대 최대
1년간 평균 수익률 17% 웃돌아… ‘무늬만 ESG’ 펀드는 유의해야
올해 1월 2일 미국 나스닥이 첫 개장했을 때 테슬라 주가는 430.26달러였다. 8월 시행된 5분의 1 액면 분할 후 주당 가격으로 따지면 약 86달러. 이달 20일 현재 테슬라의 종가 기준 주당 가격이 489.61달러다. 올 들어 500% 넘게 뛴 셈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까지 100달러를 오르내렸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49)가 “상장 폐지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돌발행동’으로 주주들을 불안하게 했다. 주가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미국 증시 투자자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테슬라는 1년 만에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올해 테슬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되는 등 2020년 미 증시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 주가가 유독 올해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 뒤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SG가 ‘착한 투자’라는 오명
“ESG는 단순히 착한 투자가 아닙니다.”
지난달 SC제일은행은 고객을 대상으로 벌인 ‘ESG투자 웰스케어 웹 세미나’에서 ESG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SG투자는 기업에 대한 평가 및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매출액, 영업이익, 성장성, 수익성 등 투자기업의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투자 성향이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ESG투자는 ‘사회책임투자’라는 기업의 도덕성을 앞세운 기준 때문에 수익성이 추구되지 않는 투자 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ESG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ESG 경영을 동시에 평가하는 투자를 말한다. 특히 ESG가 투자수익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의사결정에 반영된다. 수익성을 전혀 추구하지 않는 ESG투자는 진정한 의미의 ESG투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 매출로 이어져… ‘돈’ 되는 ESG
ESG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일 세계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신재생에너지 회사 넥스테라에너지에 뒤처지는 수모를 겪었다. 넥스테라의 지난해 매출은 엑손모빌의 지난해 매출액(2650억 달러)의 약 10분의 1인 192억 달러에 불과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보고서를 통해 “전통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질 흐름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SG 경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사례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 발전을 주력으로 하던 기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두산중공업은 결국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을 겪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존 회사들은 통상 주가가 고꾸라지는데 두산중공업 주가는 오히려 치솟았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올해 3월 23일 최저점인 2200원까지 떨어졌다. 회사가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한 뒤인 9월 2일에는 1만6810원까지 치솟았고 이달 23일 1만5300원에 거래됐다.
수익률 증명된 ESG펀드
ESG는 기업과 기관을 넘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비교적 용이한 ESG투자는 펀드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ESG펀드 순자산은 7억5700만 달러로 ESG 관련 펀드 출시 이후 최대 규모다. 수익률도 주목할 만하다. KTB ESG 1등주 펀드, 우리G액티브 SRI증권, 브이아이사회책임투자 등의 이달 13일 기준 펀드 수익률은 30% 안팎으로 최근 1년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인 약 17%를 웃돌았다.
다만, ESG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무늬만 ESG’인 펀드들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펀드 이름만 ESG로 하고 자산 구성이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설명서만으로 펀드의 ESG 수준을 판단하기 쉽지 않아 ‘위장 환경주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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