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 데, 세금 낼 바엔”…올해 주택 증여 역대 최고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2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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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증여, 올해 11.9만건…10개월만에 전년 추월
세종, 전년比 269.3%↑…서울·인천·부산·대구도 급증
세 부담 늘지만, 집값 안 꺾여…다주택 증여 유인 작용

올해 주택 증여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절세책으로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감정원 ‘주택 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으로, 지난해 연간 증여 건수(11만847건)을 추월했다.

감정원이 2006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올해가 아직 2개월이나 남아 있어 연말까지 추가 기록 경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아파트 증여의 비중이 전년(58.1%)보다 늘어난 60.7%(7만2349건)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주택 증여건수를 보면 세종시가 지난해 1~10월 296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93건으로 269.3% 폭증했다.

특히 세종시 올해 상반기 누적 증여건은 불과 220건에 그쳤으나, 하반기 들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 폭등세가 나타난 가운데 불과 4개월만에 873건의 증여가 신고됐다.

또 서울이 2만805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6659건) 대비 68.4% 늘었다. 서울에서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택 증여 건수가 올해 같은 기간 3776건에서 7157건으로 89.5% 증가했다.

이와 함께 인천이 4770건에서 7703건으로 61.5%, 부산도 4309건에서 6775건으로 57.2%, 대구가 3933건에서 5572건으로 41.7% 각각 늘었다.

전국적으로 증여가 늘어나는 배경은 세금 부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여러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를 겨냥해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등 강종 규제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이에 아파트값 상승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결국 매매보다는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에 지난 7·10 대책을 통해 각종 부동산세율을 순차적으로 대폭 올리는 등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최고세율이 취득세가 4%에서 12%(3주택 또는 법인)까지 올렸고, 내년 6월에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현행 3.2%에서 6%까지, 양도세는 62%에서 72%까지 높아진다.

또 초고가 주택의 경우 오는 2025년 내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목표인 90%에 도달하며, 이에 앞서 그동안 종합부동산세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과표기준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는 2022년부터 폐지된다.

이에 내년부터는 서울 강남권에 초고가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경우 연간 보유세로 내야할 세금이 1억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다주택자가 매매로 돌아설지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종부세의 경우 연령(60세 이상)과 보유기간(5년 이상)에 따라 최대 70%, 내년에는 80%까지 공제 혜택을 준다.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을 제외하면 여전히 집값 상승률이 세금 증가분보다 크다.

특히 올해 하반기 전국에서 산발적인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어 매매보다 증여가 여전히 절세를 위한 유효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다보니 다주택자들이 세대 분리한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등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내년 6월 과세 기준일 전까지 다주택자들의 증여가 이어지는 등 관망세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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