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0 선을 돌파한 24일 오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그 신성하던 숫자인 3만은 전혀 깨진 적이 없는 숫자였다”며 자축했다. 최악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다우지수는 1896년 출범한 뒤 103년 만인 1999년 3월 10,000 선에 도달했다. 이후 20,000 선을 넘는 데는 약 18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30,000 고지에 오르는 데는 불과 3년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 급등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세계 경제가 다시 정상을 되찾는 ‘가까운 미래’에 투자자들이 베팅을 했다고 분석한다.
또 이번 증시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인계를 권고하며 사실상 대선 패배를 시인한 점도 기폭제가 됐다. 대선 이후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정치 리스크와 이에 따른 부담을 증시가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이번 증시 랠리가 ‘바이든에 대한 축포’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재정 확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재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는 소식도 향후 경기부양책 집행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부풀렸다. 로이터통신은 애널리스트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다우지수가 내년 말까지 10%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틀간 역대 최고치 행진을 했던 국내 코스피는 25일에는 0.62% 하락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 10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1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삼성 LG 등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1000조 원(23일 기준)을 넘어선 것도 외국인이 밀어올린 유동성 장세에 기초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이 본격적으로 시총 1000조 원 시대를 연 데는 ‘100조 원 클럽’에 가입한 그룹이 4곳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삼성, SK에 이어 새롭게 이름을 올린 LG와 현대차는 지난해 말보다 시총이 각각 44.5%, 22.2% 증가했다. 특히 LG는 배터리 호재로 LG화학 시총이 135% 늘었다.
23, 24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에 힘입어 삼성그룹 시총은 588조79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3.76% 불었다. 10대 그룹 전체 시총의 55%를 차지한다. D램 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 등이 나오면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3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보인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는 7만8000∼9만 원이다.
다만 현대중공업, GS, 신세계는 오히려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현대중공업, GS는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고 신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함께 미중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