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LG는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의 2021년도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내용을 26일 발표했다. 용퇴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한 부회장단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유임시켰다.
임원 연령이 젊어지고, 여성 임원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45세 이하 임원 24명을 새롭게 선임했고, 여성 임원 승진이 1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LG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인사를 앞두고 진행한 계열사 사업보고회에서 “미래 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고 육성할 것”을 각 계열사에 당부했다.
LG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며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적을 낸 CEO를 유임하고, 배터리·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미래 성장사업을 맡을 젊은 인재를 발탁한 신구 조화형 인사”라고 설명했다.
● 45세 이하 신규 임원 24명…여성 임원 승진 최다
LG그룹은 올해 124명의 임원을 새로 임용했다. 이 중 45세 이하 임원은 24명으로, 2018년과 지난해 연속 21명을 선임한 데 이어 올해도 ‘젊은 상무’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30대 여성 임원 3명이 승진한 데 이어 올해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을 맡은 지혜경 상무(37), LG전자 우정호 상무(40), LG에너지솔루션 데니 티미크 상무(40) 등 1980년대 생 임원 3명을 발탁했다.
여성 임원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18년 6명, 지난해 11명에 이어 올해 15명이 승진해 LG그룹 여성 임원은 총 51명으로 늘었다. 여성 임원 비율도 2018년 말 3.2%에서 올해 말 5.5%로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김희연 전무)와 LG유플러스(여명희, 김새라 전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윤수희 전무)는 첫 여성 전무를 배출했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5명으로, 지난해와 2018년 각각 1명보다 크게 늘었다. ㈜LG 이방수 CSR 팀장은 LG그룹 홍보 및 대외협력 업무 담당 임원 중 처음으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7년부터 실리콘웍스 CEO를 맡아온 손보익 대표,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이명관 LG인화원장 등도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 LG에너지솔루션 CEO에 김종현 사장
LG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1일 출범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 CEO에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내정했다. 정근창 배터리연구소장(부사장), 김수령 전지품질센터장(부사장)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의 승진도 이뤄졌다.
한편 이날 LG그룹 이사회에서는 LG그룹 계열분리 방안도 결정됐다. ㈜LG는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곳을 자회사로 두는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판토스는 신설 지주의 손자회사가 된다.
LG신설지주는 구본준 LG 고문, 송치호 LG상사 고문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친 뒤 5월 출범할 예정이다. LG신설지주를 이끌게 된 구 고문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2018년 6월 조카인 구광모 ㈜LG 대표가 취임한 뒤 곧바로 물러났지만 약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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