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민 혈세를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전날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에 이어, 또 다시 KDB산업은행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합병과 관련, 불확실성과 시장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합병 외 다른 대안이 없느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됐으면 양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체제로 갈 수 있었는데 현산이 매수 의사를 철회했고, 다른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의사 타진을 했으나 안됐으니 남은 건 독자생존인데 현재 항공산업의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독자생존도 어렵다”며 “양사에 계속 혈세를 넣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국민 혈세를 줄이고 고용유지하는 방법으로는 합병 외 다른 대안이 없다 채권단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빠른 구조조정만이 국민의 혈세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얘긴데 대출도 할 수 있고 주식도 할 수 있고 채권할 수 있는데, 꼭 대출이 아닌 주식과 교환사채 방법 밖에 없느냐”고 물었다.
은 위원장은 “대출은 빚이고 빚은 이자부담이 되고 부채부담이 올라간다”며 “다만 주식을 주면 빚이 아니니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좋다”며 “대출은 국민 혈세인데 지금 현 경영진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담보하는 수단이 필요하나 대출로는 담보할 수 없어, 직접 주주로 참여해 약속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주식참여가 좋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모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한항공에 주면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이 지금보다 떨어진다”며 “그러면 지주회사법상 2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한진칼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들었다. 한진칼이 그 지분을 파는 것이 현실적이냐 해서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힌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왜 서두르냐, 누구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아시아나가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주면 부채비율이 올라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기존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이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어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며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에 막아야 더 큰 부담이 없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들은 대한항공과 이사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하는 산업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도규상 부위원장도 지난 2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유화를 방지하고,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산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재 강성부 펀드(KCGI)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추진하는 제3자 배정유상증자를 막겠다며 지난 18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산은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한진칼의 지분 약 10.7%를 확보할 계획인데, KCGI는 산은이 지분 확보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첫 심문이 열렸고 법원 판결은 다음달 1일 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한진칼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없게 되고, 산은이 구상하는 방식으로 한진칼을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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