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소결(燒結)공장. 용광로에 들어가는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공해 둥글게 뭉치는 공정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약 98%가 여기서 발생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제거 설비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 공장 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은 신형 ‘롱백필터(Long Bag Filter)’ 개발에 나섰다. 오염된 공기가 정화되는 수직 필터가 길어질수록 공기는 깨끗해진다. 연구진은 공기 순환 통로 설계를 개선해 필터 길이를 세계 최초로 15m로 늘렸다.
올해 1월부터 105일 동안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미세먼지 배출량이 이전에 설치됐던 3m 필터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상용화 연구를 이끈 한빛파워 양창륭 박사는 “신형 롱백필터는 차지하는 면적도 이전보다 작다”며 “제철소는 물론이고 시멘트 공장, 발전소 등에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덜 부각됐으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미세먼지 문제가 다시 골칫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야는 산업이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초미세먼지(PM 2.5 이하)의 36.8%, 미세먼지 2차 생성의 주요 원인인 황산화물(SOx)의 56.7%가 제철소, 공장 등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크다. 통계청이 2년마다 공개하는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 문제 중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다고 복수로 응답한 비율은 72.9%로 방사능(47.9%), 유해 화학물질(46.0%), 기후변화(45.4%) 등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이 협력한 미세먼지 프로젝트 사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질소산화물(NOx)을 걸러내는 물질인 탈질촉매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수증기, 오존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생성하며 탈질촉매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촉매가 재생되는 온도를 이전 섭씨 400도 이상에서 대폭 낮춰 280도에서 재생되는 저온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낮은 온도에서도 탈질촉매를 쉽게 재생하게 되면서 사용 횟수가 늘고 경제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설치된 뒤 실증을 거쳐 현재 정식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하헌필 박사는 “대형 선박의 엔진에도 신기술을 적용했다. 약 1000억 원에 이르는 세계 탈질촉매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이달 10일 포항제철소에 자체 개발한 탈질 설비를 준공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최대 97%까지 제거하는 흡수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도 최근 확보했다. 미세먼지 감축 설비가 부족한 중소 사업장이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신기술이 뒷받침할 때 더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해 수출 등 경제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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