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항공 빅2 통합 수익 5년간 6000억”… 일각 “효과 기대이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2023~2027 비용-수익 분석 자료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수익 증대분을 5년간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산은이 통합 과정에서 투입하는 8000억 원과 기술적 비용 3000억 원을 감안하면 통합 이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없을 경우 비용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받은 항공사 통합 이후 2023∼2027년 비용·수익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복 노선 조정에 따른 탑승률 제고 △신규 노선 개발을 통해 이 기간에 약 6000억 원의 수익이 늘어난다. 또 △항공기 정비 통합 △정비자재 구매 일원화 △지상 조업사 업무 공유 등으로 비용 1조2000억 원(연간 36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이를 위해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두 회사 통합 비용으로 3000억 원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이번 분석은 산은이 삼일회계법인, EY한영에 의뢰해 나왔다.

자료에는 통합 이후 비용 감축 총액만 공개됐을 뿐 항목별 구체적인 예상 절감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은 측은 “원가 구조, 경영 전략 등을 포함해 세부사항 제출은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통합에 따른 산은 정책자금 8000억 원과 초기 통합 비용 3000억 원 등 1조1000억 원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통합 효과인 수익 증대분 6000억 원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이번 전망은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산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정책자금은 올해 9월 말 현재 이미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와 산은이 이번 통합을 주장하는 ‘정책자금 최소화’라는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비용 절감보다 수익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지를 봐야 한다”라며 “산은 분석에 따르면 수익 증대가 초기 투입 비용 대비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합 효과 분석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두 항공사 빅딜에 대한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통합 작업은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 5000억 원, 전환사채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을 투입하고 이후 대한항공이 이 돈을 마중물로 시장에서 2조5000억 원을 조달해 아시아나를 1조5000억 원에 사는 구조다.

통합 뒤 산은은 한진칼 지분 약 10%를 확보해 한진칼 이사회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등 3자 연합은 이번 통합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거래라고 지적한다. KCGI는 항공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보통주가 아닌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은은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취득해야 조 회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회사 통합을 위한 첫 관문은 이르면 30일 결정된다. KCGI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한진칼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 여부가 이날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은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면 통합이 무산된다고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번 딜이 무산되면 양 사 체제로 유지되며 아시아나는 국유화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산업은행#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수익 증대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