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5분 충전으로 100km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로 공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내연기관차의 차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와 구동 모터 배치 등이 자유로워 전기차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차량 앞의 엔진룸이 필요 없어 차량 공간이 넓어지고 차량 바닥이 평평해지는 등 공간활용성도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은 2일 온라인을 통해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징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배터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체 구조와 섀시, 모터, 배터리를 적용해 설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차량 하부에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하는 구조와 함께 고전압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충전 속도도 개선된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기반으로 생산된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 이상까지 주행할 수 있고,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때 18분 안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5분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등장하는 셈이다.
E-GMP는 모듈화·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어서 제조 과정을 단순화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 보다 쉽게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고성능·고효율 모델까지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도 니로EV와 코나EV 등을 앞세워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전용 플랫폼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시장 공략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이 2018년 ‘MEB’ 플랫폼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초 제너럴모터스(GM)가 3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BEV3’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을 적용한 ‘ID.3’의 판매를 이미 시작했고 GM 쉐보레도 전기 SUV인 ‘볼트(BOLT EUV)’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E-GMP가 적용되는 첫 전기차는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아이오닉5’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예즈 라만 현대차 아키텍쳐 담당 상무는 “E-GMP 플랫폼을 활용해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총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전 세계에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고성능 전기차 출시를 검토하고 있고 관련된 기술도 상당히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내 배터리3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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