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는 만 40세인 1980년생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디지털 전환 및 영업점 통·폐합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이 연말과 내년 초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특별퇴직금 조건을 대폭 올렸다. 짐을 싸는 직원들도 지난해(356명)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은행은 지난해에는 만 56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8개월 치, 일반 직원은 20개월에 이르는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올해는 직급과 출생연도별로 최대 39개월까지 특별퇴직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봉 1억 원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4억 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1964년에 태어난 만 56세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 치가 명예퇴직금으로 지급된다. 1965년생과 1966년생 일반직원은 각각 월평균 임금의 35개월 치와 37개월 치를, 1967년~1970년생까지의 직원은 39개월 치를 지급받게 된다. 1971년부터 1980년도에 출생한 일반직원들이 퇴직을 신청할 경우 20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SC제일은행도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을 근무한 만 55세(1965년 이전 출생) 행원을 대상으로 최대 38개월 명예퇴직금을 준다는 조건을 걸고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만 46세부터 최대 50개월 명예퇴직금을 주고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신청 자격 연령도 임금피크제 대상에 한해 범위를 좁혔다. 올해 퇴직대상자에겐 취업 장려금 2000만 원과 자녀 1인당 학자금 1000만 원씩 최대 2명을 지원한다.
다른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도 이르면 이달 중순에서 내년 초 노사합의가 완료되는 대로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462명이 떠난 KB국민은행은 연말쯤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 적용 기준을 지난해 만 55세에서 올해는 만 56세로 늦췄다. 퇴직금 지급 규모의 하한선과 재취업 지원금 규모도 지난해보다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희망퇴직을 구체화하진 않았다.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다른 은행들의 조건이 후하다보니 퇴직 대상자들 사이에서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떨어졌고 비교적 젊은 40세까지 내보내려면 그만큼 보상을 더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신청자가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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