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과 규모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관측하기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최신 과학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국내외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생 원인을 명확히 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 부처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기상 정보를 한곳에 모은 ‘입체관측망 통합 플랫폼’을 2019년 11월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중일 3국의 지상 대기 측정소와 원격 측정 네트워크, 위성 관측 정보를 각각 확인해야 했지만, 플랫폼 구축을 통해 미세먼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및 편집해 미세먼지와 대기질 현황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입체관측망 통합 플랫폼은 지난해 11월부터 예보 담당자와 연구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미세먼지 예보에 지표면 정보를 주로 사용했다면, 이 플랫폼은 대기 상층부 미세먼지 데이터까지 모아 분석할 수 있어 예보 정확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미세먼지 ‘나쁨’ 수준 이상 고농도 예보 정확도는 79%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한 예측 못지않게 예보관 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비중도 작지 않다. 예보 정확도가 72%로 추정되는 2018년의 경우 모델링 예측 기여도가 51%포인트이며, 예보관 판단도 21%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네 번 이루어지는 미세먼지 예보를 위해 참고하는 자료는 7만여 개, 주간 예보를 위해서는 10만여 개의 자료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관측 데이터가 쌓이고 예보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 2022년에는 예보 모델링만으로 예측 정확도 72%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예보관의 판단까지 더하면 정확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미세먼지 농도 산출 기법도 연구되고 있다. 특히 여러 개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자료를 AI를 통해 분석해 초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상 관측소가 없는 농촌이나 산간 지역 등의 미세먼지 농도를 산출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미세먼지 예측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19일 발사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는 세계 최초로 대기환경을 관측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지난달 18일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영상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등 미세먼지 원인 물질들이 집중된 지역과 이동 경로 등이 선명하게 잡혔다. 하루 1회 관측 정보를 주는 기존 위성과 달리 하루 8회까지 관측할 수 있다. 천리안 2B가 수집하는 대기환경 데이터를 아시아 13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분석은 향후 정부가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에는 차량 등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등록지 기준으로 추산했지만, 최근에는 실제 도로에서 운행 중인 시간과 장소를 반영해 미세먼지 발생량을 산출하고 있다. 우정헌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더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비상저감조치 같은 정책 효과도 더 커지고 국민들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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