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수면 전문 브랜드인 시몬스가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한쪽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토어에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시몬스 침대는 올해 브랜드 창립 150주년 기념으로 경기 이천뿐 아니라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부산 전포동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다. 이들 스토어의 공통된 특징은 브랜드 대표 상품인 침대는 고사하고, 침대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시몬스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오프라인 공간뿐만이 아니다. 작년과 올해 시몬스 침대가 내놓은 TV 광고 시리즈에도 침대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신선한 광고를 보고 난 소비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광고를 제작한 회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시몬스의 ‘침대 없는’ 마케팅 활동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11월 2호(309호)에 실린 브리프 케이스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침대 없는 오프라인 스토어로 MZ세대 공략
시몬스 침대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내놓고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먼저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그래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만들 때도 해당 지역의 특색을 담았다. 즉,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기고 싶은 곳으로 꾸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수제 공업이 발달한 성수동의 스토어에는 케이블 타이, 스패너 등 공구와 지우개, 볼펜 등 문구류 위주로 매대를 꾸몄고, 명품관으로 유명한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스토어에는 패션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천 스토어에는 이천의 특산품인 쌀을 시몬스 감성으로 포장한 제품을 매장 중심에 뒀다. 또 모든 스토어는 입구 디자인부터 공간 배치, 물건의 형형색색의 색감 등에 이르기까지 세련된 ‘인스타그램 감성’에 맞게 꾸미는 데 신경 썼다.
그러자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들이 먼저 궁금해하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11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수가 5만8000명이 넘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만4000건이 넘었다. 수치로만 보면 대략 방문객 4명 중 한 명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조회수, 좋아요 등의 리액션은 수십만 건을 돌파해 온라인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침대 없는 브랜드 마케팅은 MZ세대의 팬덤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특히 젊은이들에게서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반기 2030세대가 구매한 혼수 대표 제품인 ‘뷰티레스트 윌리엄’의 매출액은 약 1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 기술력과 품질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뒷받침
시몬스가 이처럼 과감하게 침대 없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20년 넘게 구축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1995년 시몬스의 볼링공 광고는 무거운 볼링공을 침대에 떨어뜨려도 옆에 세워둔 볼링핀이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보여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시몬스 침대의 브랜드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했다. 이런 시몬스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구현한 핵심 기술이 바로 포켓스프링이다. 이후 시몬스는 20년 이상 포켓스프링 기술의 탁월함을 강조함으로써 시몬스 침대를 사용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시몬스 매장에서도 철저히 수면 컨설팅에 기반한 영업을 하고 있다. 시몬스 제품의 기술력이 고객의 숙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며, ‘시몬스=수면 전문 브랜드’라는 공식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또 시몬스는 포켓스프링뿐 아니라 매트리스 소재도 혁신을 지속하면서 품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를 개발해 올해 관련 특허를 취득했고,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에 적용했다. 국내 특급호텔 중 90%가 시몬스를 쓰는 이유도 우수한 품질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시몬스 하면 프리미엄 침대를 떠올린다.
시몬스는 이처럼 오랫동안 구축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 광고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광고는 시몬스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끝에 제작한 공익 광고로,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매너라는 소재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담아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넘쳐나게 많다. 특히 침대처럼 오랜 기간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이미 잘 알려진 성능보다는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시몬스는 수면 전문 브랜드로서 최고급 품질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는 한편, ‘침대 없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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