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미분양 시달린 아파트마저…일산까지 번진 풍선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7시 31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탄현동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단지의 분양홍보관은 ‘분양 마감’을 공식 발표했다. 임대 계약으로 운영 중인 10여 채를 제외한 2690여 채 아파트가 주인을 찾아, 분양 가능한 매물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2008년 분양 시점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쳐 대규모 미달된 뒤 10년이 넘도록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일산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며 상황이 반전됐다. 인근 부동산에선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며 좋은 물건을 찾아달란 손님이 하루에 2~3건 넘게 꾸준히 있다”며 “한 때 미분양이었다고 꺼리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촉발된 전세난과 함께 최근 경기 김포시가 규제 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고양시 일산까지 부동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산 아파트에선 오랜 미분양이 해소되고 투자세가 살아나는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될수록 덜 오른 지역으로 집값 풍선효과가 번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에 따르면 미분양이 해소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전용 85㎡은 지난달 25일 5억5000만 원에 실거래 됐다. 해당 매물은 올해 7월까지만 해도 4억 원 내외에 거래됐는데, 4개월 만에 1억5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최고 6억 원에 달한다. 전용85㎡는 전세 보증금이 3억 원 후반에 형성돼 있어 갭 투자가 용이해 투자수요가 많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전용 170㎡도 지난달 전월 보다 2억 원 이상 오른 10억3500만 원에 실거래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산신도시 내 위치한 다른 아파트 중저가 단지들에서도 감지된다. 일산동구 일산유진웰스2차 전용84㎡는 2일 6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3억5000만 원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학원가가 발달한 일산서구 ‘백송마을8단지’ 아파트 전용 71㎡ 역시 지난달 전월(3억5000만 원) 대비 약 7000만 원이 오른 4억2000만 원에 실거래 됐다. 일산서구의 한 부동산에선 “그 전까진 아주 잠잠했는데, 11월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뒤부터 거래가 살아났다”며 “같은 규제 지역이라면 학원가 등 인프라가 좋고 덜 오른 일산이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차2법으로 인한 전세난과 3기 신도시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집값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일산동구에 위치한 A 부동산 대표는 “창릉신도시 등 3기신도시 분양받을 요령으로 좀 힘들어도 전세를 살겠단 사람들이 올 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어 아파트 가격을 받쳐준다”며 “도심의 높은 전셋값에 일산으로 밀려나온 서울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와 동구의 아파트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0.97%, 0.68%씩 급등하며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27%로,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규제지역으로 묶인 김포는 0.32% 상승하며 전주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10일 출범한 한국부동산원은 부동산 조사·관리, 공시·통계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감정원의 새 명칭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위주의 부동산 시장 정책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핀셋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충분한 공급이 없는 수요 억제책만으론 집값 안정이란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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