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사 못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심정입니다. 빨리 100만, 200만 원이라도 줘야 임대료도 내고 버티지, 망한 뒤에 주면 무슨 소용입니까.”
서울 서초구의 지역 상인회장 김모 씨(71)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거리 두기 강화로 영업하기 힘들어진 상인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틸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라며 “예산이 확보됐으니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3조 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이 내년 예산안에 편성됐지만 언제, 누구에게 지급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지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영업자들은 “한시가 급하다”며 지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내년까지 (기준 등을) 검토한 뒤 2월 설 연휴 전까지 (3차 지원금을) 지급하는 걸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급 대상 관련해선 “지난번 (2차 지원금) 사례가 상당히 참조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9월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 7조8000억 원 가운데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3조3000억 원이었다. 이번에도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지거나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제한되는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확보된 3조 원에 새희망자금 잔액과 기금 여유 재원 등을 보태 지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연말까지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늦다고 하소연한다. 불분명한 지급 기준에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도 많다. 10월에 창업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번에 3개월 전에 창업한 사람들만 받았으니 이번에도 9월 이후 창업자는 못 받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다음달 폐업하려고 했는데 지원금을 한푼이라도 받으려면 손해를 감수하고 버텨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을 만나 3차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지원금을 신속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이 내년 예산사업이기 때문에 지급을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피해 현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지급 기준을 정하려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일회성 재난지원금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지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집합금지가 되면 대출 원리금과 임대료, 공과금, 각종 세금 납부도 그 기간만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사흘 만에 11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000만, 20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1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자영업이 처한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선별적 금융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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