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백신 보급돼도 고용 단기회복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외환-금융위기 때처럼 더디게 진행
서비스업 휴직자 많은 것도 요인
최근 가계대출 급증은 위험 수준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일자리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경기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고용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 코로나19 발발 후 두 달 만에 102만 명 줄었다. 취업자 감소 규모는 1997년 외환위기 때(148만 명)와 비교해보면 31% 적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25만 명)보다는 4배 더 많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취업자 수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각각 33개월, 18개월이 걸렸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의 일시휴직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3∼10월 서비스업의 일시휴직자 복직률은 36.8%로 제조업(47.6%), 건설업(45.5%)을 크게 밑돈다. 대면서비스업의 고용 회복 기간은 외환위기 때는 21개월, 금융위기 때는 41개월이 걸렸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3단계까지 올라가면 GDP가 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16.6% 쪼그라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월 말 기준 98.6%로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42개국의 평균(1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은 56.8%였다.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중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2020 글로벌은행 연례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대출 부실 등으로 인해 내년에 전 세계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1조196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6604억 달러)보다 80% 더 많은 규모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한국 은행들도 올해 2조 원 외에 내년에 추가로 2조∼3조 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한은#고용#단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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