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개 농장서 발생…살처분 마릿수 400만대
향후 철새 증가 관측…농장간 수평전파 우려도
AI 살처분 농가 늘어날 경우 수급 영향 불가피
"철새 유입 내년 1월까지 증가세…엄중한 상황"
이달 들어 국내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전국적인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러스를 퍼다 나르는 철새들의 유입이 다음 달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향후 농장간 수평 전파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가금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총 8건이다. 전북 정읍(1건), 전남 나주(2건)·영암(각 1건), 경북 상주(1건), 경기 여주(2건), 충북 음성(1건) 등으로 사실상 전국적 확산의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연쇄 발생에 따라 살처분 조치가 취해지면서 땅에 묻은 닭·오리·메추리 등 사육 가금은 벌써 4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미 지난 9일 자정 기준 살처분 마릿수는 총 401만4000마리다. 여기에 10일 늦은 오후에 확진된 나주 오리농장 반경 3㎞ 내 사육 가금 40만5000마리도 추가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서식지를 찾는 겨울철새가 몰고 오는 고병원성 AI의 악몽은 작년을 제외하곤 거의 매 겨울철마다 반복됐다. 특히 올해는 해외에서도 발생 건수가 급증한 데다 국내서도 이미 야생조류에서의 발생은 전국적인 확산세를 띄고 있어 과거와 비슷한 양상의 전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농장 간 수평전파가 이뤄질 경우 대유행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현장 농가들의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수본에 따르면 발생농장의 역학조사 결과 장화 갈아 신기, 농장주변 생석회 도포, 야생조수류 침입 방지, 출입자 소독, 방역복 착용 등 기본적인 농장 차단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가금농장에서 발생시 사회적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만큼 점검과정에서 법령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사육제한·과태료 등 행정처분과 살처분 보상금 삭감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확산세가 지속돼 살처분 규모가 커진다면 향후 닭고기·달걀 등 공급에 파장을 미쳐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확산 초기인 아직까지 이 같은 우려는 적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육계 산지가격은 1㎏당 1293원, 오리는 1582원으로 평년 대비 각각 5.8%, 13.1%씩 낮게 형성돼 있다. 계란은 10개당 1116원으로 1.7% 낮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육마릿수나 냉동재고 등이 늘어나 있어서다.
하지만 향후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가 늘어날 경우 수급 상황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 가금 농가가 쑥대밭이 됐던 4년 전인 2016년 겨울의 경우 946개 농가에서 기르는 닭·오리·메추리 등 3787만 마리가 AI로 살처분됐다. 당시 땅에 묻힌 닭은 전체 사육마릿수 대비 20.3%를, 오리는 37.9%를 차지했다.
그해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고병원성 AI가 발생, 당시 가금류 65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22개 농장(132만5000마리)에 불과했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나머지 521만4000마리가 희생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 유입이 내년 1월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철새도래지와 야생조류 서식지 등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어 전국 가금농장의 AI 발생 우려가 매우 높은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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