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70도서 상온까지 보관… 백신 유통 전진기지 자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4일 03시 00분


‘한국초저온’ 평택물류센터 가보니

김진하 한국초저온 대표이사가 평택물류센터 중앙관제실에서 영하 80도 이하 냉동고가 표시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한국초저온의 초저온 냉동고 안에서 지게차가 물품을 싣고 나르는 모습. 한국초저온 제공
김진하 한국초저온 대표이사가 평택물류센터 중앙관제실에서 영하 80도 이하 냉동고가 표시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한국초저온의 초저온 냉동고 안에서 지게차가 물품을 싣고 나르는 모습. 한국초저온 제공
10일 경기 평택시 한국초저온 물류센터. 영하 80도 창고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속눈썹에 서리가 맺혔다. ‘뼛속까지 시리다’라는 말이 와 닿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초저온 창고를 왔다 갔다 하니 가죽구두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망가지더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진하 한국초저온 대표는 “안정적으로 영하 70도 이하를 유지하는 냉동고는 국내에서 한국초저온이 유일하다”며 “한국이 글로벌 백신 유통 모델이 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초저온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영하 70도 보관)을 보관할 수 있는 곳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 전기 냉동고도 온도를 영하 70도 이하로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전기요금 부담도 매우 크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반면 한국초저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액화천연가스(LNG)가 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저온 물류용 냉매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영하 70도를 유지한다. LNG 기화열을 사용하는 방식은 전기 냉각식보다 최대 70%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는 이 같은 친환경 기술의 냉동 물류창고의 가능성을 보고 올 초 한국초저온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벨스타 수퍼프리즈에 약 2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SK㈜는 한국초저온의 2대주주다.

앞서 정부는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1000만 명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4곳의 3400만 명분의 백신을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8도, 화이자는 영하 70도 이하, 모더나는 영하 20도 보관이 원칙 등 백신마다 보관 온도가 각기 다르다.

한국초저온은 자사가 각 온도대별 보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백신 ‘전진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신 수입이 본격적으로 개시될 내년 1분기(1∼3월)까지 백신용 저장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평택 미군 기지에 우선 보급될 화이자 백신을 무상으로 보관해 주겠다고 주한미군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초저온은 평택물류센터가 백신 보관 장소로 정해질 경우 백신 전용 엘리베이터와 터널 등 단독 입출고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실제 방문한 평택물류센터는 영하 80도(약 122m²), 영하 70도∼영하 20도(800m²), 영하 70도(약 681m²), 상온 전실 등 총 500평(1653m²) 규모의 초저온 냉동고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참치, 주스 원액 등을 저장 중인 이곳에서만 한 번에 제약사 수입 예상 물량의 90%가 넘는 총 5900만 도즈의 백신을 보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백신 보급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물류 프로세스는 없었던 만큼 보관과 유통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초저온은 각 제약사가 만든 백신들을 온도에 맞게 보관하고 한 묶음으로 묶어 배송하는 완벽한 백신 물류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택=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백신#유통#전진기지#한국초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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