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기대감에 상승세
외국계 “과도한 기대… 비중 축소”
국내증권사는 ‘매도’ 의견 없어
코스피 상승 랠리 속에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외국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셀트리온 주식을 팔 때”라는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외국계 IB들은 이런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셀트리온과 외국계 IB의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국계 ‘매도’, 국내 증권사 ‘매수’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11일 0.28% 상승한 36만1000원에 마감했다. 7일 40만3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이튿날 35만 원으로 하락해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고가를 경신한 셀트리온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7일 JP모건이 내놓은 보고서였다. JP모건은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21만 원으로 제시하며 “비중을 축소하라”로 권했다. 11일 종가보다 40% 이상 낮은 가격이다. JP모건은 내년 코스피가 3,200에 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낸 것과 달리 셀트리온에는 박한 점수를 줬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이달 4, 8일 두 차례에 걸쳐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19만2000원으로 내리면서 사실상 팔라는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말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각각 12만2000원, 13만 원으로 제시하며 매도,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현재 국내 증권사 14곳의 셀트리온 목표 주가는 평균 37만1000원으로 외국계 IB보다 훨씬 높다. 매도 의견을 내놓은 곳도 없다.
외국계 IB의 부정적 의견을 반영해서인지 셀트리온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독 낮다. 10일 현재 셀트리온의 외국인 지분은 20.94%에 그친다. 삼성전자(56.19%) LG화학(42.45%) 카카오(31.83%) 등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낮다.
○ 코로나 치료제 기대 엇갈려
이처럼 전망이 다른 건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외국계 IB들은 기대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치료제 개발 계획을 알린 올해 2월 이후 20조 원 넘게 불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주가 급등을 주도한 건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지만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내년 수익은 최대 4000억 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 셀트리온 주가는 다시 변동성을 맞이할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도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AM)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고 치료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쇼트커버링’을 위한 의도된 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쇼트커버링은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 되갚는 것을 뜻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급등한 셀트리온 주가를 따라잡기 식으로 목표 주가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보수적 평가를 낸 외국계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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