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자에 고령자 혜택 등 주자 “우리에겐 12억 공제 선택권 달라”
전문가 “반발 잠재우려 법개정… 조세 형평-안정성 흔들려 혼란”
5년 전 서울 송파구의 전용면적 85m²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구입한 김모 씨(50)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260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공시가격이 13억 원대로 올라 세금은 지난해 140만 원에서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기보유 세액공제(5년 보유 20%)에,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공시가격 9억 원의 기본공제 혜택을 받은 결과였다.
김 씨는 “만약 이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했다면 공시가격 12억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아 세금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와서 명의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이 집을 김 씨 단독명의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변경하려면 취득세 1억7000만 원에, 증여세 776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는 “세금이 이렇게 뛰는 것도 열 받는데 더 화가 나는 건 정부가 최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게만 종부세 납부 방식 선택권을 준 것”이라며 “단독명의자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라 공동명의 1주택자들은 내년부터 공동명의 기준으로 종부세를 낼지, 단독명의 기준으로 세금을 낼지 선택할 수 있다.
단독명의로 하면 공시가격 9억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고, 초과분에 대해선 고령자 세액공제(10∼30%)와 장기보유 세액공제(20∼50%)를 받을 수 있다. 공동명의로 하면 세액공제는 받지 못해도 부부 6억 원씩 총 12억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는다.
처음 집을 살 때 종부세를 아끼려고 공동명의를 택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단독명의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이 같은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독명의 1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단독명의도 공동명의 1주택처럼 12억 원의 기본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단독명의 1주택도 고령자, 장기보유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면 공동명의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본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 15억5700만 원인 아파트를 단독명의로 보유한 1주택자는 고령자·장기보유 공제 대상이 아닐 경우 종부세 150만522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공동명의 기준 종부세는 51만720원으로 약 100만 원이 적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더 오르면 단독명의 329만6754원, 공동명의 167만2175만 원 등으로 세금 차이(약 160만 원)는 더 커진다.
종부세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법 개정에 나서다 보니 이처럼 납세자들의 불만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공동명의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에 단독명의자들의 세 부담이 커질수록 역차별 논란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공평해야 할 세법이 반대로 개정된 이유를 알 수 없다” “단독명의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세 형평성과 안정성을 우선으로 종부세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조세 정책은 중립성이 원칙인 만큼 1주택자라면 부부든 개인이든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게 맞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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