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충격완화 정책으로 ‘K자형 양극화’ 최소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로나가 할퀸 삶, 2부 캡코노미 시대의 생존법]
<2> 손성원 美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15일 “점점 커지는 자산 격차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며 “정치권이 자산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와 저소득층이 갖고 있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교수 제공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15일 “점점 커지는 자산 격차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며 “정치권이 자산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와 저소득층이 갖고 있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교수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부작용 중 하나가 ‘K자형 회복’입니다. 저축률이 높은 상위 계층에 돈이 계속 쏠리면 경제성장률은 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76)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이미 컸던 빈부격차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는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자형 회복에 따른 자산 격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손 교수는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 등을 지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K자형 회복은 미국 고용시장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그는 “미 고용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과 여성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일자리를 잃지 않은 전문직이나 부유층에 집중되고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특정 업종은 삶이 더 팍팍해지는 K자형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손 교수는 “K자형 회복을 보이는 미국 한국 등 각국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 자산을 많이 가진 상위계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분배를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K자 회복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안에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며 “실업수당, 스몰 비즈니스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약 3분의 1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기용한 경제학자들을 보면 ‘이자가 거의 제로(0)이기 때문에 재정 적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최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4년 역사상 처음으로 3만 고지에 올랐다. 나스닥지수도 3월 말에 비해 61% 이상 급등했다. 손 교수는 “미 주식시장에 버블(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실물경제만 봐선 주식이 높게 평가될 수 없다. 지금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백신, 유동성, 경기 부양책 세 가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4일부터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세계 경제가 곧바로 회복 국면에 진입하긴 어렵다는 게 손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백신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어 안 맞겠다는 미국 국민이 40% 정도 되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아닌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는 2022년이 돼야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세계 경제는 ‘W자’ 형태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현재 미 캘리포니아 상황은 집에만 갇혀 있던 3, 4월 때와 비슷하다. 올해 말과 내년 초 국내총생산(GDP), 고용 지표 등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며 추가 충격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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