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 사각지대 해소…기업 성장 촉진, 경쟁력 강화"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210→598곳으로 증가
'부당 내부 거래 요건' 깐깐…적발 시 檢 고발도
"법 때문에 계열사 팔다 경쟁력 훼손" 반발에도
공정위 "정상 내부 거래는 문제없어" 입장 단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재벌 개혁 정책이 훨씬 더 진보했다”고 자평한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의 핵심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강화다.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위의 타깃이 되는 기업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조 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 경제 3법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공정위가 갖고 있던 재벌 개혁 정책보다는 훨씬 더 진보한 내용”이라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기업 집단의) 편법 행위는 앞으로 감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가진 자회사는 모두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상장사일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 30% 미만이면 이 규제를 받지 않았다.
사익 편취 규제는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와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룹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품·용역 등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실적을 부풀리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감 몰아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 구간을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 회사’로 여겨왔다. 이 사각지대에서 내부 거래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실태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내부 거래 금액은 기존 규제 대상 회사 9조2000억원, 사각지대 회사 27조5000억원이다.
앞으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 수는 기존 210곳에서 598곳으로 388곳이나 많아진다(5월 기준). 이 중 10대 그룹 몫은 29개에서 104개로 증가한다.
해당 사항이 있는 대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삼성·현대자동차·SK 등 재계 1~3위 그룹에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는 계열사가 존재한다. 공정거래법에서 정해둔 부당 내부 거래 요건에 걸리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정상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그럴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 회사를 통해 맡을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현금이나 그 밖의 금융 상품을 특수 관계인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기술력·품질·가격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거나, 다른 회사와 비교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부당 내부 거래로 본다.
앞서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 보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2019년 6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 받고, 총수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사익 편취 규제 확대로 기업이 계열사 매각에 나설 경우 경쟁력이 훼손되고,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져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데다 주요국 대비 과도한 수준의 각종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면 한국 기업의 세계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금은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경제·고용 위기 극복에 주력할 때”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부당한 내부 거래만을 규율한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지키는 정상적 내부 거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총수 일가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법 위반 행위를 억제하고,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반대로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혁신을 지원하는 내용도 균형 있게 반영돼 있다. 기업의 혁신 성장을 촉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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