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재계 참석한 경제자문회의서 “기업 힘들게 하는 법 아니다” 강조
“올해 한국경제 정말 잘해와” 자평… 박용만 “당장 어려움 예상… 보완을”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재계가 보완을 요청한 ‘경제 3법’에 대해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내년 민생경제의 반등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민간이 고용 회복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으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의 한 축인 재계와의 간극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은 상생과 포용을 위한 힘찬 발걸음이자 선도형 경제를 향한 도약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경제인들께서도 공정경제 3법이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건강하게 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규범의 영역까지 법의 잣대’로 재단해 온 사례들이 되풀이돼 왔다”며 “(상법 개정 등으로) 당장 내년 주주총회부터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보완책 검토를 건의드린다”고 했다. 그동안 재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일부라도 보완 입법을 통해 완화해주거나 시행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정말 잘해 왔다. 온 국민이 함께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며 “고용을 살리는 데 공공과 민간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선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민간 공급 규제 완화 등 시장에서 원하는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성장률 3.2%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했다. 투자를 110조 원 규모로 늘리고 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인식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법안을 강행 처리해 놓고선 고용과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얼어붙은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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