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지역 묶어도 오른다”…커지는 ‘규제 무용론’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6시 49분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2020.12.17 © News1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2020.12.17 © News1
정부가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인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인근으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반복되는 데다, 규제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8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경기 파주와 충남 천안, 경남 창원, 울산, 부산 일부 지역 등 총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됐다. 이는 지난달 19일 경기 김포와 부산 해운대·동래·남·연제·수영구와 대구 수성구 등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번에 신규 지정된 지역은 지난달 규제지역 지정 이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파주시는 이번 주(14일 기준) 1.11% 상승해 최근 4주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주 아파트값은 최근 3개월간 4.18% 급등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 의창구는 같은 기간 6.09% 상승했다. 이밖에 창원 성산구(8.67%), 울산 남구(7.91%) 등도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이들 지역에 즉각 규제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벌써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인근 비규제지역이나 같은 규제를 받는 지역 중 각종 호재가 있는 곳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서울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서는 방식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시장은 정부 규제에 앞서 규제가 덜하거나 호재가 있는 곳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수도권 규제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일부 둔화했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초당마을 래미안 한강’ 전용 101.16㎡는 지난 7일 6억8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직전 신고가 5억2000만원 대비 1억6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김포시 고촌읍의 ‘고촌 행정타운 한양수자인’ 전용 64.96㎡도 지난 5일 6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로 몰린 실수요가 분산돼 인근 수도권 규제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분산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신고가 경신으로 집값이 자극되면 다시 투기 수요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두더지 잡기 식’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권에서도 “규제지역 전부를 해제해야 한다”며 역효과를 걱정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반복된 규제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강해지면서 풍선효과가 반복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이 오른 다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집값 과열 현상에 대한 사전 경보 시스템을 갖춰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토부의 조정지역 지정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상식적 수준의 판단력만 갖고 있으면 특정 지역을 조정지역으로 지정해 규제한다면 풍선효과로 인접 비지정지역의 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식적 기준으로 (규제지역을) 지정해 아파트 가격 폭등이 전국으로 확산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지정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만 가중시켰다”며 “일정 세대 이상의 다세대주택이 있는 전 도시지역을 다 묶거나 다 해제해 시장에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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