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기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 관리
11만4000여 농가가 GAP인증
식품안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미국에서 O-157균에 오염된 시금치로 3명이 사망했고 2011년 유럽연합(EU)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새싹채소로 53명이 사망했다. 이렇듯 유해미생물로 인한 식품사고는 지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통계시스템 연도별 통계에 따른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2002∼2019년 국내 식품 사고 발생원인 중 0.1%가 농약 등 화학물질인 반면 유해미생물은 58%로 나타났다. 따라서 식재료를 구입할 때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신뢰하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도입된 농산물우수관리(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GAP 제도는 환경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공익적인 기능을 핵심가치로 하며 농업환경을 보전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생산·수확 후 관리 및 유통의 각 단계에서 농약이나 유해미생물 등이 농산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토양·용수 등 재배환경과 종자·비료 등 농업자재, 선별·포장 등 작업과정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이다. GAP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현재 100개 국가 이상이 적용하고 있다.
GAP 제도 도입 이전에 식품의 제조, 가공, 유통 등의 과정에서 위해 물질을 관리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었으나 식품의 원재료가 되는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인증제도가 없었다. 이에 따라 농산물에 대한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GAP 제도를 2003년 약용작물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했으며 2006년도에 GAP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우리나라 GAP인증 농가 수는 2006년도 제도 도입 초기 3600여 농가에서 출발해 GAP 기본교육, 컨설팅, 유통·소비 활성화 등의 GAP 인증 확산 노력을 통해 올해 4월에 10만 농가로 늘어났다. 지난달 말에는 11만4000여 농가로 증가해 우리나라 전체 농가 수의 11.3%에 달하게 됐다. 인증 품목도 2006년도에 45개 품목이었으나 지난달 말 기준 280개 품목으로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GAP 관련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GAP 인증 농가나 GAP 시설을 지정받은 업체의 경우 과수생산시설현대화 사업 등 각종 농식품 정책 지원사업을 우선 지원해 주거나 가점을 부여해 우대한다.
한편 GAP 인증을 받으면 올해 도입된 농업농촌공익직불제의 준수사항도 비교적 쉽게 이행할 수 있다. 농업농촌공익직불제는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 강화, 환경 보전, 농촌 유지 등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농업농촌공익직불제에 참여하는 농업인은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농약 안전사용 및 잔류허용기준 준수, 영농기록 작성 및 보관, 농업·농촌 공익증진 교육 이수 등의 사항을 지켜야 하는데 이는 GAP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따라서 GAP 인증을 받으면 농업농촌공익직불제 준수사항을 쉽게 지킬 수 있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농산물도 공급할 수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 유명 온라인 유통업체의 올해 농산물 키워드는 △슈퍼푸드 △소용량 △GAP 농산물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GAP 인증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GAP 인증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가 계속 확대돼 우리 소비자의 건강에 기여하고 농업과 환경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그간 GAP 제도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 준 농업인, 유통업체, 소비자 등 각계각층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