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상탈출 고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모델3의 뒷문 내부에 잡아당기면 문을 강제로 열 수 있는 케이블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요.
영상을 글로 요약하자면 뒷문의 플라스틱 내장재를 뜯어내고 흡음재를 걷어낸 다음, 문을 열 수 있는 케이블을 찾아내는 것이 첫 스텝입니다.
그리고 뜯어낸 플라스틱 내장재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찾아낸 케이블의 끝(작은 고리 형태)을 그 구멍으로 뽑아내면서 내장재를 다시 뒷문에 붙여서 언제든 케이블을 당길 수 있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상을 보면서 작업한다면 정비소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의 내장재를 뜯어냈을 때 모든 차량이 이런 구조로 돼 있을 것이냐… 라는 의문이 남긴 합니다.
제가 모델3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내부에 문을 기계적으로 열 수 있는 케이블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을 뜯어내지 않는 이상 쓸 수는 없는 케이블이다”는 회신을 받았던 것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다른 모델3 차량도 저 영상과 같은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로 비상 상황이 걱정되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고리를 당기는 상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독자분이라면 이런 ‘시공’을 진지하게 한번 고려해 봄직 합니다.
● 비상시에 뒷문 못 여는 차… ‘리콜’ 가능할까?
모델3 뒷좌석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저는 그렇다고 해서 모델3를 ‘리콜’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습니다.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장치 자체가 뒷문 내부에 없다면 문의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만 기계적으로 문을 열수가 있다는 것인데 이건 너무 힘든 작업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꼭 필요한 일이라면 아무리 힘든 작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제조사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는 현재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에 정말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리콜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게 기계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이미 설계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비상 탈출고리’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운행 상황에서 갑자기 문을 여는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만… ‘모델S’나 ‘모델X’처럼 적당히 숨겨놓는 방식도 있을 수 있겠지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리콜은 보통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서 이뤄지게 되는데요.
테슬라 차량의 문이 가진 특징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에 해당하느냐 등이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차량 안내문 등에 이미 밝혀 놓은 사안이 어떻게 뒤늦게 리콜의 사유가 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펼 수 있어 보입니다.
● ‘생명’ 연관된 질문에도 말 없는 테슬라
리콜 여부 등은 결국 정부, 구체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몫입니다.
실제로 안전 상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행정 절차가 조용히 진행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테슬라가 선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테슬라의 방식에 대해 외부에 제기하는 문제가 기술적인 오해를 포함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상적이어 보입니다.
테슬라의 입장에서는, 차량 내부의 탑승객이 문을 여는 것은 순간적인 동작으로 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의 사고 상황에서는 문의 개폐에 필요한 12V 배터리 시스템이 일정한 시간 동안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정말로 그러하다면 이런 설명을 내놓아야 ‘만에 하나의 상황은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그 다음 단계의 논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테슬라코리아는 아무런 대응이 없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지적에 큰 기술적 오해가 없다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그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테슬라코리아는 전혀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와 화재 같은 비상 상황에 대한 정확한 대응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차량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탑승자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일뿐더러 인근에서 사고 차량의 인명을 구조하려는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와 화재 현장에서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소방당국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문제’에 해당합니다.
테슬라 전기차에서 사고에 뒤이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한 소방 인력들은 차량에 예비 전력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상황을 가정하고 전동식으로 문을 열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시급히 차량의 앞문의 창문을 깨고 문고리를 당겨서 앞문으로 탑승자 전부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차량의 뒷문도 창문을 깨고 손을 뻗으면 기계적으로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뒷문도 그렇게 열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1분1초가 아쉬운 비상상황에서는 이런 것들이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차량을 제조한 테슬라로서는 일부러라도 알려야 할 이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고객들의 의문에도, 언론의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정부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불거진 여러 종류의 이슈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테슬라에게 어떤 답을 받아내고 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지금으로서는 조금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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