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파격 마케팅’ 앞세운 中공략, 호실적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0일 18시 45분


“도심 대리점까지 가려면 한나절 가야했는데, 온라인으로 신제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이 최근 온라인으로 중국 시장 맞춤형 굴착기 5종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판매까지 진행하는 쇼케이스를 연 날. 한 중국인 고객이 온라인 채팅 창에 남긴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기대 없이 비대면(언택트) 플랫폼 행사로 진행했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2시간 동안 온라인 생방송에 2만3000여 명이 접속했고, 총 47대의 제품이 순식간에 팔렸다. 특히 농촌이나 산속 마을 등 외지에 있는 고객들이 온라인에 대거 몰렸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하는 등 수확이 컸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새로운 마케팅 시도가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DICC는 3분기(7~9월)에만 중국에서 약 308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 역병 와중에 작년 동기 보다 매출이 절반 넘게(55%) 늘었다. 1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1만7458대)도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1만5270대)를 넘어섰다. 중국 시장의 전통 강호였던 미국 캐터필러가 3분기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중국 시장 점유율 5.9%로 캐터필러(5.8%)를 제치고 중국 내 외국 건설업체 가운데 1위에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DICC의 선전이 1994년 중국 진출 이후 꾸준히 넓혀온 우량 고객층과 파격적인 마케팅 효과 덕분이라고 말한다. DICC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승용차처럼 굴착기 할부 판매를 도입했다. 기존 업체들은 돈을 떼일 염려가 있어 100% 현금 판매를 고집했다. 하지만 DICC는 당장 구입 여력이 없어도 사업성이 있는 고객을 확보해 과감히 할부 서비스를 제공했다. 장비 판매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부품 공급, 고객 교육 등을 하나로 합친 이른바 ‘4위 일체 서비스’도 도입했다.

한 건설기계 업체 관계자는 “중국 고객이 야간작업을 하다 굴착기가 호수에 빠져 긴급 서비스를 요청했는데, DICC 직원이 30분 만에 달려와 장비를 점검하고 부품까지 조달해 밤새 고친 적이 있었다. 이 일화가 중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두산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DICC는 최근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가상공간을 마련해 제품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구매는 물론, 온라인으로 장비 유지 및 보수 교육도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생방송을 통해 고객들과 실시간 소통을 하며 제품 관련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2016년 온라인 마케팅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온라인에서만 2000대 이상의 제품을 팔았다.

염윤성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영업마케팅 총괄 전무는 “건설기계는 고가이고 구매에 신중하다보니 온라인 마케팅에 제약이 있지만 고객 접근성과 실시간 응대성을 높여 반응이 오히려 좋다”며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자체 플랫폼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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