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빚을 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1년 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찔끔 늘어난 반면 갚아야 할 대출금이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21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조사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빚을 낸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1764만원으로 1년 전(1657만원)보다 6.5%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55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약 2.8배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세금이나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32%로 1년 전(30.8%)보다 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3분의 1을 빚 갚는 데에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은이 단행한 두 차례의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집값이 상승하면서 대출액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빚을 낸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1억2971만원으로 1년 전(1억2397만원)보다 574만원(4.6%) 증가했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응답한 비중이 67.8%로 전년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한 가구는 5가구 중 1곳(20.6%)에 달했다.
올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집값 급등에 따른 가파른 빚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빚 부담이 줄었을지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유의할 것”이라며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