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대어급’ IPO 몰려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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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공룡급 회사 잇따라 상장 준비
공모 규모 15조… 역대 최대 전망
뭉칫돈 유입, 주식시장 활황 예고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내년 국내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초대어급 IPO가 줄줄이 예정돼 상장 기업의 공모 및 기업가치 규모가 역대 최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총 IPO 공모 규모가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10년 역대 최대였던 10조908억 원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된 70개사의 공모금액 규모가 5조3000억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공모 시장도 활황이 예상된다.》

올해 IPO 시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반기(7∼12월) 들어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고 저금리 기조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IPO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특히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대어급 기업들이 역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갈아 치우며 흥행에 성공했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모주 투자 열풍도 뜨거웠다.

내년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 가운데는 기업 가치가 조 단위인 ‘초대어급’ 기업들이 많다. 특히 내년 상반기(1∼6월) 상장이 예상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은 내년 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를 20조∼30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크래프톤의 올해 3분기(7∼9월) 누적 매출액은 1조2370억 원, 영업이익은 68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8.6%, 327.2%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주식은 현재 장외 주식시장에서 주당 16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각각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두 기업의 기업가치는 최대 40조 원과 10조 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카카오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데다 핀테크 특유의 서비스를 겸비해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음악 제작·판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행하는 관계사 카카오M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상장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을 최대 50조 원까지 보고 있다. 상장에 나서면 내년 IPO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이커머스 기업 티몬, 항체의약품 개발 전문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도 내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 중 다수가 올해 역대급 청약증거금 기록을 세우며 증시에 입성한 SK바이오팜(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약 3조8000억 원), 카카오게임즈(약 1조7000억 원), 빅히트(약 4조6000억 원)에 버금가거나 더 높은 몸값이 기대되는 셈이다.

내년부터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개인들의 공모 청약 참여도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공모주 일반 청약자들에게 배정하는 물량은 현행 20%에서 25∼30%로 늘어난다. 또 소액 청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에서 개인 청약자 물량의 절반 이상은 균등 방식으로 배정된다. 최소 청약 증거금 기준을 맞추면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존에 인기가 많은 공모주 청약의 경우 거액의 증거금을 마련할 수 없는 소액 청약자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투자자들로선 직접 청약이 부담스럽다면 공모주 펀드도 노려볼 만한 대안이다. 공모주 펀드는 평소 채권에 주로 투자해 채권 금리만큼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다가 우량 기업이 신규 상장하는 기회가 있을 때 공모주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 펀드다. 거액의 청약 증거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고 공모주의 10%를 하이일드펀드(고위험 고수익 투자신탁)에 우선 배정하기 때문에 직접 청약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모주 청약이 무조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기업 가치를 신중하게 따져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일부 종목들은 상장 초반 주가가 급등한 뒤 폭락해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money&life#금융#경제#2021년#공모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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