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국유재산 관리도 ‘뉴트로 시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최근 밀가루 제조회사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가 붙은 맥주 의류 등이 젊은 20, 30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를 앞세운 ‘레트로(retro·복고) 마케팅’이 젊은이들의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감성을 자극하며 연쇄 상승 효과를 낸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도 1970, 80년대 디스코 열풍을 ‘MZ세대’(1980∼2004년 출생) 감성으로 재해석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레트로란 과거를 회상한다는 뜻의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로 기성세대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뉴트로는 젊은 세대가 옛 문화를 신선하게 느끼는 새로운 복고를 뜻한다.

레트로-뉴트로 바람이 브랜드나 문화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영화 ‘더 프리즌’ 등의 생생한 교도소 장면은 전남 장흥에 흉물로 남아 있던 국유재산인 옛 장흥교도소를 활용해 촬영했다. 방치돼 있던 경기 수원의 옛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 부지는 지난해 시민농장으로 바뀌어 시민들이 텃밭을 가꾸며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지역 명소가 됐다.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기업에 창업 공간과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나라키움 청년창업허브,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에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뒷받침하는 세종국책연구단지 등도 오래돼 쓸모없어 보이던 국유재산들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 활용되고 있는 사례다.

국유재산은 전 국토의 약 25%(2만5350km²)를 차지하며 그 가치가 485조 원에 이른다. 효율적인 국유재산 관리와 활용은 국가 재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축이다. 경제 활력 제고와 공익가치 실현에 기여하는 것도 여기서 시작된다. 동시에 잘 관리되고 있는 국유재산은 국민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 실제로 국유재산 활용을 통해 연간 1조 원 이상이 국고에 납입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국유재산 사용자들의 임대료 감면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유재산은 위기에 처한 국민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버팀목이 된다.

정부는 이 국유재산의 새로운 활용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국유 일반재산 71만 필지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무인항공기를 도입해 재산 관리를 고도화하고, 공공청사·창업지원시설·생활사회간접자본 복합개발 등 국유재산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국유재산의 창의적인 활용이 더 나은 내일을 가져다준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젊은 세대의 감성과 어우러지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원, 학교, 주민센터 등 우리 주변의 오래된 국유재산도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더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가치를 더하는 ‘뉴트로 국유재산’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국유재산#관리#뉴트로시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